내용: 어벤저스 무비 이후, 탈출한 로키를 추적해 붙잡은 토르는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로키와 함께 "세계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게 됩니다.
가격: 권당 6천원
"로키, 설마 없애야 하는 게..."
토르의 품 안에 붙들린 채 고개만 뒤로 돌려 시선을 내린 로키가 토르를 쳐다보고 환히 웃었다.
"...정말?"
"응, 저거야! 저걸 없애면 돼!"
토르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너 기억 없어진 거 아니지!"
아까까지의 목가적 풍경이 거짓말이라는 듯 산맥 뒤쪽에는 거대한 검은 구름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거기서 뻗어 나온 저 거대한 촉수들을 두고 그렇게 간단히 없애버리라는 말을 하는 건 아무리 봐도 사기다. 이건 틀림없이 로키의 음모일 것이다. 타당한 추측 아닌가!
"내가 기억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는 몰라, 토르. 하지만 저걸 없애지 않으면 이 세계가 사라질 거야."
맙소사, 촉수 하나 하나의 크기가 아스가르드의 궁전과도 같았다. 고작해야 촉수가 저 정도라니, 분명 검은 구름 아래 있을 본체의 크기가 어떻게 될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대체 어떻게..."
로키가 팔짱을 끼고 촉수들을 내려다보다 말한다.
"토르, 그 망치로 저 소용돌이 안으로 날아 내려갈 수 있어?"
"...꿈도 꾸지 마, 로키. 그건 미친 짓이다."
로키의 초록빛 눈동자에 실망의 빛이 떠오른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럼 내가 뛰어내릴게."
"로키!"
거짓도 사기도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몸에서 힘을 빼고 뛰어내리려 했다. 토르의 강인한 팔이 로키의 허리를 힘껏 안고 있지 않았다면 그랬을 것이다.
"놔 줘."
너무나 태연자약하게 말하는 로키의 눈에는 어떤 교활함도 무모함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온한 시선으로, 그렇게 말하면 토르가 당연히 놓아줄 것처럼 말할 뿐이다. 그 눈을 응시하다 이를 악문 토르는 로키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너, 분명히 생각은 있는 거지!"
"저 안으로 뛰어내려야 해."
"소용돌이 가운데로?"
"한가운데로."
로키가 드디어 알아들어 기쁘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토르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말려 보았다.
"이건 미친 짓이야!"
로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시선을 마주한 토르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경악스러운 깨달음이 떠올랐다. 진실로 이것이야말로 미친 생각이겠지만, 조롱이나 조소 한 조각 없이 그저 순수하게 크게 떴을 뿐인 로키의 초록빛 눈동자는 실로 아름다웠던 것이다. 그 눈동자에서부터 로키의 얼굴 전체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오른다. 놀랍게도 로키가, 기만과 배신의 상징이, 불화의 신이, 진심으로 선의를 담아 토르에게 말한다. 마치 대관식 날 그에게 '사랑한다는 거 의심하지 마'라고 말해주었던 때와 꼭 같은 표정으로.
"그럼 나 혼자 갈게."
그의 동생은 참으로 부산한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지나치게 많은 생각이 담긴, 조금도 새로운 생각을 쉬지 않는, 요사스럽도록 다양하게 반짝이는 눈동자. 가끔 그것이 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볼 때가 있긴 했다. 그것이 자신을 향했을 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로키의 시선은 언제나 토르가 시선을 돌리고 있을 때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매끄러운 녹색 베일처럼 가볍게 스쳐 지나갔던 것도 같다.
지금 토르를 응시하는 로키의 눈은 너무나 투명해서 두 개의 유리알 같을 지경이다. 그렇게 순수한 눈으로, 아무 흉계도 음모도 간교도 갖지 않은 표정으로, 로키는 깊은 키스를 마치고 토르의 목에 손을 감았다.
"정말 너 내 형제 맞아?"
집요하게 확인한다. 방금 전까지 뜨겁게 입술을 얽었던 이의 질문이라기엔 너무나 엉뚱해서, 토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입을 열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 연인은 아니었고?"
"로키!"
간신히 그 입에서 경악에 가득한 외침이 터져 나왔고, 동시에 토르의 품에 안겨 있던 로키의 허리가 어느새 쏙 빠져나갔다.
"가자. 빨리 가야 해."
토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새로 도착한 땅의 잿더미를 넘어 걸어가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네번째 세상은 재가 가득한 곳이었다. 기묘하게도 누런 잿빛을 띤 버석한 바닥 위에 검은 돌과 자갈들이 굴러다니는 땅. 대체 무엇이 이 땅을 이리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어떤 생명의 자취도 없이 그저 잿더미만이 끝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색채는 좀 달랐지만 직전에 보았던 사막의 땅과 놀랄 만큼 닮아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 곳을 구하는 거냐? 이번엔 어떻게?"
"안 구해."
"...뭐?"
로키는 이제껏 늘 그랬듯 밝은 태도로 거침없이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툭툭 떨어지는 계시 같기도 하고 헛소리 같기도 한 말들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토르는 계속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
"여긴 우리가 구할 필요가 없는 곳이야. 균형, 균형만 지키면 돼, 우리는."
"하지만..."
분명 로키는 다섯 세계를 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발을 멈춘 토르는 로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째서인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전투에서 토르를 단 한 번도 배신한 적 없는 거의 동물적인 직감. 불길함. 뭐라 말하면 좋을까. 방금 로키가 한 '균형'이라는 말에서 피 냄새가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이 길의 끝에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미쳤어? 죽을 뻔 했잖아!"
연회장에 걸린 통돼지보다 나을 게 없군. 자조적으로 웃으려 입을 당긴 순간 얼굴에 지독한 통증이 달렸다. 아스가르드인의 피부는 보통 불에는 손상되지 않는 까닭에, 투신으로서 오랜 세월 살아온 토르조차 이렇게 광범위하고 깊은 화상을 입어 본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불에 달군 팬에 손가락을 대는 바람에 느꼈던 따끔함과는 차원이 다른 감각이다. 거의 처음 느껴보는 화상의 고통은 생각보다 끔찍해서, 그의 살을 익게 만드는 갑옷을 해제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칠 때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죽고 싶었어? 그러면 그냥 나한테 말해!"
"고맙다, 동생아."
농담으로 건넨 말이 아니다. 로키가 예의 그 치유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온 몸에서 녹색 빛이 흘러나왔고 그 빛이 쓰러진 토르의 몸을 감싸자 통증이 점차 사라져 갔다. 대신 상처가 나을 때 느껴지던 참기 어려운 간지러움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가,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토르는 전혀 다른 의미의 고통에 몸부림쳤다.
"긁으면 죽을 줄 알아."
검고 붉게 익어버렸던 살들 사이로 다시 완전한 새 살이 돋는다. 긁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참던 토르는, 마침내 온 몸에서 녹색 빛이 사라져 가고 그가 원래 알던 자신의 몸이 완전히 돌아온 다음에야 소리를 지르며 온 몸을 긁어댔다. 가려움이 사라지긴 했지만 참을 수 없이 긁고 싶었던 마음은 여전했던 것이다. 그런 그를 어이없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던 로키와 눈이 마주친 순간, 토르는 피식 웃으며 로키에게 감사의 말을 했다.
"고맙...!"
아니, 하려 했다. 그가 키스해 오지 않았다면 했을 것이다. 겹쳐진 입술은 지난번과는 달리 거칠었고, 서늘한 로키의 혀가 아플 정도로 날카롭게 토르의 입을 파고 들어와 휘저었다. 기억을 잃은 이후 실로 처음 보는 분노에 가득 찬 로키의 얼굴 위로 투명한 선이 두 줄기 흘러내린다. 뿌리치려다 뺨 위로 서늘한 물방울이 후두둑 듣는 바람에 그것이 눈물이라는 것을 깨달은 토르는 그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로키를 바라볼 뿐이었다. 입술을 뗀 로키가 다시 한 번 키스하려다, 그제서야 얼굴을 피하는 토르의 얼굴을 붙들고 응시한다. 기억을 잃은 지금에도 언제나 모호하기 그지없는 로키답게 화난 건지 슬퍼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그가 말했다. 아니, 속삭였다.
"아팠어."
그리 속삭이며 손을 들어 제 가슴에 얹는다.
"네가 죽는다고 생각하자, 여기가 찔리는 것 같았어. 죽어버릴 것처럼 아팠다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로키가, 토르에게, 눈물을 흘리며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다니, 이런 말을 하다니.
"널 볼 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그래서 움직일 수 없었다. 옴쭉달싹 하지 못하고 경악한 채 로키를 바라볼 뿐이다. 간신히 숨을 들이쉰 토르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새하얀 백지 같은 머리를 어떻게든 제대로 굴러가도록 해 보기 위해 노력했다.
* 중요: 성인 인증 관련
성인 인증 방법은 두 가지 중 편하신 쪽으로 취사선택 하시면 됩니다.
1) 예전에 감자밭에서 성인 인증 후 회지 구입하신 분: 구입하신 회지와 닉네임을 간단히 알려주시면 됩니다.
2. 토르의 머리카락으로 가짜 토르를 만들어 세계의 명운을 건 위험한 의식에 사용하는 로키와 그것을 막으려는 토르입니다.
3. 커플링은 로키토르로키, 수위는 전연령입니다.
4. 영화 세계관 기반이지만 오마주 수준으로 소년로키가 나옵니다.
책 사양:
1. 인쇄본에 표지는 머메이드지 금박입니다.
2. 총 104페이지 분량으로, 삽화는 없습니다. 3. 가격은 권당 6천원입니다.
통판 금액 계산법입니다.
우송료는 2,500원으로, 어떤 책이건 두권까지 동일하며
세 권 부터는 3,000원부터 시작해서 권당 500원씩 추가됩니다.
1권 : 6,000+3,000 = 9,000원입니다.
2권 : (6,000*2)+3,000 = 15,000원입니다.
3권 : (6,000*3)+3,000 = 21,000원입니다.
로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형제의 푸른 눈동자는 여느 때와 달리 멍하니 초점이 풀린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토르의 강인하고 밝은 마음을 이렇게 쉽게 주무를 수는 없었겠지만, 존경해 마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공격, 그들 사이의 강력했지만 이제 와서는 덧없이 사그라져 버린 형제애에 대한 지적, 그리고 과거의 몇 가지 추억에 대한 언급으로 로키는 토르의 마음에 난 작은 상처 속으로 창 날을 비집어 넣어 그 영혼을 말 그대로 '그러쥘' 수 있었다. 원래 짙푸른빛이었던 눈동자가 이제는 더 밝은, 신비하고 이질적인 푸른 빛으로 넘실대고 있다.
"형, 이제 내가 뭘 할지 궁금하지 않아?"
언제나 힘차게 움직이는 신체와 함께 부드럽게, 때로는 화려하게 물결치던 금발이 지금은 고요히 남자의 어깨 위로 드리워져 있다. 로키의 의지에 따라 잠잠히 서 있는 남자의 몸 안에서는 아마 로키가 알고 있는 바로 그 토르가 울부짖으며 노여움으로 몸부림치고 있으리라.
"다시 친해지니 좋네. 뭘 할까, 형? 이대로 무릎 꿇리고 아스가르드의 계승권을 포기하는 맹세라도 시켜 줄까?"
고스란히 듣고 있겠지. 마치 옛날 시절처럼 살가운 미소를 지은 로키는 형의 머리카락 한 줌을 그러쥐고는 거기 정중하게 입맞췄다. 그리고 늘 지니고 다니던 작은 칼을 꺼내 바로 그 머리타래를 잘라냈다. 침묵 속에서, 오직 토르의 영혼만이 무섭게 포효했고, 그로 인해 토르의 마음을 묶고 있는 마력에 뻐근한 저항감을 느끼며 로키는 미소 지었다.
"그렇게 싫어? 하지만 어쩌나, 난 이게 꼭 필요해."
품 속에 금빛 머리카락을 갈무리한 로키는, 석상처럼 굳어 있는 토르의 강인한 어깨를 슬쩍 두드리며 더욱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눈썹은 슬그머니 처지고 투명한 녹색 눈동자는 악의와 조소를 살그머니 숨긴 채 짐짓 상냥하게 빛난다. 언뜻 보면 옛날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럴 수 없다는 건 그도 토르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양 손으로 형의 굳건하고 단정한 얼굴을 붙든 로키는 천천히 입술을 가져갔다. 소리 없는 명령에 따라 가볍게 벌어지는 입술에 입술을 맞대고 혀로 그 윤곽을 덧그린다. 단단히 굳어 있는 남자의 마음 속에서 조금 전까지 울리던 포효와 저항이 마법처럼 멈추고, 완전한 정적만이, 기적같이 평화로운 정적만이 가득했다. 치열을 훑고 새어 들어가 농담으로라도 형제간의 인사라 부를 수 없는 키스를 한다.
"아니면-" 젖은 입술에 일부러 숨결이 닿게 말하고는, 아예 입술끼리 닿을 지경으로 바짝 얼굴을 들이대고 속삭인다. "형이 날 다시는 쳐다도 볼 수 없게 죄를 지어줄까."
말하며 천천히 입 끝을 올리자 아까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진동이 눈앞에 선 남자의 영혼 속에 울렸다. 그 압도적인 저항에 경직이 깨지는 것을 느낀 로키는, 토르의 얼굴에 경악과 거의 공포에 가까운 충격의 표정이 마그마처럼 끓어오르는 것을 깨닫고는 그제서야 통쾌하다는 듯 하늘을 보고 크게 웃었다. 부자연스러운 빛이 사라지고, 마침내 로키의 주술에서 벗어나 몸의 통제권을 온전히 되찾은 토르가 멱살을 잡기 위해 손을 뻗으며 거의 절규처럼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로키!!!"
녹색과 금색의 옷자락이 내민 손가락 사이를 스치며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다시 한 번 내민 손에 서늘한 촉감이 닿아왔지만 어딜 보아도 실재하는 단단한 물질이 아니다. 이를 악문 토르의 푸른 눈동자에 진심으로 기쁜 듯 웃는 로키의 녹색 눈동자가 비쳐 들었다.
"늘 느려. 내 환영 갖고 싶어? 나중에 하나 보내줄까?"
"너!"
어느새 먼 등성이에 로키가 나타났다. 늘 그래왔듯 가볍게 스며들어 원하는 것을 빼앗고 사정권 밖으로 재빨리 물러나 버린 것이다. 사람이라면 보기도 어려운 만큼 먼 거리에서, 그러나 신의 눈으로는 틀림없이 보이는 곳에서 방금 잘라낸 토르의 금빛 머리카락 한 줌을 들어올린 로키는 보란 듯이 가볍게 흔들어 보이고는 짧은 말을 남긴 채 차가운 대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머리카락 고마워, 형. 앞으로 잘 쓸게."
가벼운 윙크, 그리고 로키는 사라졌다. 마치 금색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새벽 안개처럼.
"로키!"
노렸다는 듯 표창이 날아왔다. 묠니르로 쳐내자 표창이 날아온 곳과는 또 다른 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지금의 공격은 가벼운 장난이었다는 듯 안개를 뚫고 전혀 다른 방향에서 두 개의 표창이 날아온다. 몸을 돌려 피하며 표창이 날아온 쪽을 향해 힘껏 달려갔다. 소용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로키에게 다가가 붙잡을 수만 있다면 붙잡고 싶었다.
"로키, 정신 차려!"
"이전부터 말했는데, 토르. 난 완벽하게 제정신이야."
"그런데 이런 짓을 해?"
갑자기 침묵이 감돌고, 조금이나마 느껴지던 로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 새로운 변화에 의아해 하기도 전에 바로 뒤에서, 착 가라앉은 로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뭘 하는지 형이 알긴 하고?"
귓바퀴에 느껴지는 숨결에 소스라치게 놀란 토르는 곧장 몸을 돌렸지만, 간신히 모습을 드러낸 '진짜 로키'는 다시 안개 속에 숨어 버렸다. 당황해 다시 고개를 돌리는 토르의 눈앞에는 짙은 안개만이 펼쳐질 뿐 로키의 그림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낼 수가 없다. 토르는 이를 악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형제로 자라나 함께 놀고 싸우며 체득한 진실이 하나 있다면, 로키의 힘은 토르의 힘에 대해서만은 상당한 우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가장 강한 것은 언제나 토르였고 가장 혁혁한 전과를 올리는 것 또한 토르였다. 그러나 로키의 사술과 마법은 적어도 일대 일에 있어서만은 두 형제의 힘에 거의 차이가 없도록 만들곤 했다.
"로키!"
이대로 간다면 로키는 또 사라져 버릴 것이다. 자그마한 바스락 소리에 몸을 돌린 토르는 갑자기 미묘한 감각의 차이를 느끼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가슴에 느껴지는 온기가, 그가 몸을 돌리는 방향에 따라 아주 미묘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이제는 거의 뜨겁기까지 한 펜던트가 오직 그만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울리며 반응하는 것이다. 아마도 로키가 있을 바로 그 곳을 향해 몸을 돌렸을 때에만.
"오, 형님, 너무나 반갑지만 이젠 가 봐야 할 것 같아. 시프에게 안부 좀 전해 달라고. 물론 그 계집애는 내 이름만 들어도 털을 곤두세우고 쉭쉭거리겠지만, 난 그게 늘 좋더...!"
이번에는 틀림없이 제대로 잡았다.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펜던트가 울리는 방향을 따라간 곳에서 안개 속 희미한 그림자가 보였다. 팔을 휘둘러 잡히는 것을 붙들고 보니 바로 로키의 목이었다. 끌어당기자 화들짝 놀란 녹색 눈동자가 희미한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드디어 잡아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다른 한 팔로 어깨를 붙들고 힘껏 벽을 향해 밀어붙였다.
"로키!"
한동안 로키는 할 말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바로 앞에 보이는 토르의 얼굴에 떠오른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이렇게 안개 속에서 붙잡힌 것이 처음이라 그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얼굴을 바짝 들이댄 토르는 아까 느꼈던 희미한 이질감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깨닫고 으르렁거렸다.
"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는 시간, 희미한 빛 속에 드러난 로키의 얼굴은 평소의 피부빛을 고려한대도 지나치게 창백했고, 눈 밑에는 검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로키의 무언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누누이 말하지만 내가 말할 리가 없"
"로키 오딘손!"
이번에야말로 로키의 입이 꾹 다물렸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를 들었다는 듯 차가워지는 눈동자를 향해 토르는 간절히 다시 한번 말했다.
"지금 네 얼굴이 어떤지는 알고 있나?"
"그래, 토르 오딘손, 더럽게 잘 알고 있지. 근데, 지금 형 얼굴이 어떤지는 알고 있어?"
"다 그만두고 함께 가자. 널 묶어서 데려가고 싶지는 않아!"
"정말 지긋지긋해."
나직하게 중얼거린 로키가 눈을 내리깔고 어깨에서 힘을 뺐다. 놀란 토르가 멍하니 바라보는 눈앞에서, 로키는 모든 저항의 의지를 멈춘 채 얌전히 서 있었다. 설마 싶어 천천히 손에서 힘을 빼 보았지만 움직이지 않은 그대로였다.
"...로키?"
"날 묶어서 데려가고 싶지는 않다면서?"
설마 같이 가자는 건가? 아주 약하게나마 희망을 갖게 된 토르가 한 발 물러선 순간, 로키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 옛날부터 가끔 볼 수 있었던, 아니 사실은 생각보다 자주 보았던 표정이었다. 어린 로키가 작은 속임수를 부릴 때의 표정-
"...!"
아니, 포옹했다. 꼭 옛날과 마찬가지로, 원래대로라면 영광의 날이 되었을 그 날, 형제애와 우정을 입에 담으며 끌어안았을 때와 똑같이.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어쩌면 형은 변하질 않을까."
'-한다는 것만은 잊지 마.' 거칠 것 없고 걱정할 것이 없었던 날의 둘의 모습이 지금 둘에 겹쳐진다. 할 말을 잃고 벌린 입에 헛바람이 들어오고, 로키의 손이 닿은 갑옷 틈새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치명적이지 않은 통증이.
로키가 토르에게서 한 걸음 떨어졌다.
"잠시 뒤면 마비가 풀리겠지만, 그 땐 난 없을 거야, 형." 싱긋 웃는 그의 표정은 그러나 어쩐지 오한이 드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되면 말이지. 기대해도 좋아."
로키는 힘을 개방했다. 무스펠헤임과 달리 이 곳 요툰헤임은 아무리 부정하고 싶다 해도 그가 태어난 곳이었고, 그래서 살을 에일 듯한 냉기에도 불구하고 아주 편안히 서 있을 수 있었다. 서리의 함을 다루며 익힌 그대로 이 곳의 냉기를 받아들여 마력을 채운다. 온 몸의 혈관에 얼음처럼 차가운 마력이 흘러, 눈을 뜬 순간 이제는 푸른 색이 된 피부 위에 희미한 흰 김이 어리는 것이 보일 지경이었다. 그냥 수증기가 아니라, 순수한 마력이 온 몸에 흘러 넘치다 못해 이렇게 눈에 보이도록 나타나는 것이다.
깊이 숨을 들여 쉬며 팔을 들어 올렸다. 무너진 협곡과 바위 사이로 이 쪽을 빤히 바라보는 빨간 눈동자들이 있었지만, 놈들 중 누구도 로키를 향해 다가오지 않았다. 두팔 뿐 아니라 얼굴과 온 몸에 새겨진 문양 때문이리라. 서리거인들은 그 문양으로 서로의 강함을 가늠한다. 그러니 친부 로피와 유사한 로키의 문양은 잃어버린 옛 위대한 왕을 기억나게 했을 것이다. 하물며 그 왕을 직접 죽인 자가 누구던가. 게다가 로키의 바로 뒤에 따라오는 이가 바로 토르다. 서리거인 학살자, 가장 무서운 적 토르.
목숨 아까운 줄은 아는구나. 차가운 비웃음만을 남기며 로키는 높은 봉우리를 밟아 올랐다. 무스펠헤임 때와는 달리 걷는 걸음마다 새로운 힘이 차오른다. 이전에 자신의 정체를 몰랐을 때에는, 그저 이 땅이 아스가르드보다도 마력이 꽉 차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서리거인들의 마력이 강할 만도 하다고 여기기도 했다.
"춥나?"
따라오는 이의 입에서 흰 김이 뿜어져 나왔지만 대답은 따라 나오지 않는다. 피식 웃은 로키는 아스가르드 바로 앞에 요툰헤임으로 가기로 정한 것은 옳은 일이었노라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무스펠헤임에서 그는 너무 많은 마력을 사용했고, '그것'들을 사용해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거의 죽기 직전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마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그리고 이 곳에서, 그의 힘은 점차 완전해져 가고 있었다. 실로 우습지 않은가. 꿈에서라도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곳, 한때는 온전히 파괴해 버리려 했던 곳이 그에게 이리도 충실한 힘의 원천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
로피의 힘을 기억한다. 그의 손짓과 명령에 이 곳의 바위들이 복종했고, 거대한 괴물들이 그의 의지에 따라 토르의 일행들을 공격했었지. 만일 이 곳을 거처로 정한다면 로키 또한 그러한 힘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제는 아주 옛날처럼 느껴지는 그 때 서리의 함을 손에 쥔 순간 그의 온 몸에 흐르던 차가운 마력이 그렇게 속삭였다. 하지만 타고난 유혹자인 로키는 그러한 서투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아스가르드인이었고, 정당한 아스가르드의 왕이었다. 그렇게 오딘 앞에 누가 진정한 왕인지 보일 작정이었다.
정상에 다다랐음을 눈앞이 환해짐으로 깨닫는다. 의식을 벌일 수 있는 곳, 위대한 제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 요툰헤임의 지기가 모이는 곳에 섰음을 깨달은 로키가 눈을 감았다.
"주인님?"
"준비해."
앞으로 두 번, 두 번이면 모든 일이 끝난다. (스포일러 방지)
"시간이 없다. 우리 다정한 형님께서 또 방해하러 오실 테니."
잠시 후 로키가 눈을 떴다. 손에 들린 창이 빛난다. 창을 들어 올렸다. 그 끝 쪽 하늘에서 이 곳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작은 점이 보였다.
축전 소설
꿈이라는 것을 깨닫자 왕의 마음은 편해졌다. 젊은 왕이 잠을 이루기 위해 뒤척이던 침대는 안락했으나 아름다운 처녀도 나긋한 소년도 아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걱정과 고뇌, 슬픔과 두려움, 후회와 절망, 환희와 열망만이 함께 누워 있었다. 이것이 꿈이라면 여기는 나의 왕국이 아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여기에서만은 모든 것을 잊고, 스스로 머리 위에 얹었던 왕국마저 내려놓고, 잠시 숨을 돌려도 되지 않겠는가...
"왕이 왕국을 잊을 수 있다니 부럽군."
왕은 홱 몸을 돌려 자신의 안도감을 얄팍하다 비웃은 목소리를 바라보았다. 그 부드럽고 정중한 목소리에서 조롱을 읽은 것은 그것이 자신의 목소리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마음의 소리가 천사의 나팔에 실려 허공에 울려퍼지듯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고, 자신의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은 깜짝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두 걸음은 물러나지 않았다. 이것은 꿈이니까, 괴상한 차림의 내가 나를 보는 일도 일어날 법 하지 않은가.
토르는 미드가르드를 좋아했다. 사람들은 약하지만 순박하고 정이 깊었으며 무척 온순했다. 음식도 맛있고, 모든 것이 온화했고, 약하고 순박한 대로 그 나름의 맛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토르는 그저 순수하게 미드가르드를 즐겼다. 이해는 가지 않았고, 자기라면 다르게 행동할 부분에서 너무나 의외의 모습을 보일 땐 놀랍기도 했지만 그건 그냥 미드가르드 인의 풍습이고 경향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렇게 보는 세상은 생각보다 아름다워서 토르는 그 점을 흐뭇하게 여겼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입에 맞을 수는 없는 일. 불만이라면 불만인 점은 딱 둘이었다. 이들의 술은, 너무 약했다. 토르는 아스가르드의 술이 그리웠다. 그리고 그런 술을 같이 마셔줄 동지도 그리웠다. 미드가르드 인들은 대체로 굉장히 술에 약했다. 마시기도 잘 못 마시지만 마시고 난 다음날 숙취도 심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가 토니였다. 참 열심히 잘 마시지만 마시면서 사고도 잘 치고 다음날은 머리가 아프다고 난리였다. 고작 그걸 마시고 숙취라니, 토르 입장에선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봐줄만하게 마시는 사람이 캡틴이지만 그는 술 마시기 자체를 즐기지 않았다. 토르에게 혼자 술병을 기울이는 버릇은 없었고 그래서 그는 솔직히 조금 낙담했다. 인생에서 술이 빠지니 얼마나 심심하고 우울한지! 그래서 토니가 선물이라며 술병을 보여주었을 때 토르는 환호했다. 불만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꿀술이라고!"
토르는 말 그대로 환호작약했다. 초인적인 존재가 꼭 어린애들처럼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모습을 본 토니는 웃으며 대답했다.
갓 떠오른 햇살처럼 밝은 금발 머리카락과 눈부신 푸른 눈동자가 환하게 웃는 것을 보았을 때, 로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등줄기를 치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얼음이 천천히 척추뼈를 타고 핥아 오르는 듯한 감각.
불길하다.
토르가 손을 흔들며 뛰어왔다.
"로키!"
"아아……."
로키는 애매하게 인사를 받았다. 불길함이 스물스물 제 체적을 키운다.
로키 오딘손은 자신의 머리와 마법을 무엇보다 신뢰했다. 아스가르디안 전사로서 평균은 넉넉하게 넘는 육체적 강함을 가지고 있으나, 신들의 왕 오딘과 그 후계자 토르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대신 그가 가진 무기는 영리한 머리와 간교한 혀, 그리고 이 둘이 손잡고 짜내는 마법. 그는 자신만의 무기를 강하게 믿고 의지했다. 또한 그의 신뢰에 마법은 거의 모든 경우 충실히 부응해 주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한 것만은 아니다.
가끔 로키의 마법이나 그 결과가 도저히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튕겨 나가는 고무공처럼 제 주인의 뒤통수를 걷어차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 경우의 수는 토르가 관련되어 있는 것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막 공들인 마법 실험을 마치고 오는 길에 토르를 마주하는 것은 그에겐 일종의 트라우마를 자극 당하는 것과 유사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은 결국, 미드가르드 용어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PTSD인 것이다.
로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리 없는 토르는 여전히 태양광 발전에 응용 가능 할 듯한 햇살 미소를 내뿜으며 하나뿐인 동생 걱정을 시작했다. 로키의 어깨를 탕탕 내려치는 손길이 유쾌하다.
찰스는 있는 힘을 다해 눈길을 뛰어가며 욕설을 내뱉었다. 숨이 턱까지 차 있었지만 절대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벌써 해가 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곳, 독일 검은 숲의 겨울 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빨리 가라앉았고, 그에 비해 찰스의 발걸음은 지독스러운 흰 눈에 묶여 느리기 짝이 없었다. 가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은 음력 13일, 마을 사람들이 말하는 '괴물'이 나타나는 보름이 되기까지는 겨우 이틀만 남아 있었다.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마을 나이슬라흐, 고작해야 삼사십여 호의 가옥이 마을 창고가 있는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선 곳이다. 몇개인가의 가게가 있긴 하지만 거기 없는 물건을 사려면 몇시간이고 숲길을 걸어 읍내까지 가야만 할 정도로 한갓진 마을로, 옥스포드를 졸업한 영국인 학자가 와 있을 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놈의 '괴물 전설'만 아니라면.
'정말입니다.'
독일인들답게 실로 무뚝뚝한 첫인상을 지녔던 마을 사람들은 그러나, 한달간의 여관비를 선불로 지불하고 눌러앉아 싹싹하게 말을 붙여가며 끈질기게 질문을 던져오는 찰스에게 의외로 자세한 설명을 들려 주었다. 이 애교많은 이방인의 붙임성 때문인지 그가 내민 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건 '괴물'에 대한 질문을 듣는 족족 성호를 그으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조심하세요 영국인 양반, 보름 밤이 되면 절대로 돌아다니면 안돼요. 그 날은 외양간 문도 모두 꼭 닫아놓는답니다.'
'괴물'은 보름달이 뜨는 14일부터 16일 사이에 마을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 동안, 아니 사실상 그 앞뒤로 일주일 동안 모든 주민들은 해가 떨어지면 곧장 외양간 문을 걸고 창고를 잠그고 누구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많은 사고가 있었어요. 그 때만은 조심하십시오.'
"들여보내 달라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소리쳐 봤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도 답해오지 않는다. 새삼 덜덜 떨려오는 몸을 양팔로 끌어안으며 찰스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숲 속의 자그만 마을,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이 이렇게 쓸쓸하고 무서워 보인 적은 없다. 이름 그대로 검은 숲에 둘러싸인 건물들의 검은 그림자 사이에 이상하리만치 밝은 달빛만 떨어진다. 달빛, 아마도 괴물이 지금 자신을 본다면 이 밝은 달빛 덕에 아주 쉽게 찾아내고 잡아먹으리라. 공포보다는 추위 때문에 덜덜 떨며 다른 건물 쪽으로 다가가 보려던 찰스는 누군가 그의 어깨를 친 순간 그만 짧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으악!!"
돌아본 곳에 선 큰 그림자를 보았을 때 공포는 순간 경악이 되었지만 그 그림자가 랜턴을 든 남자라는 것을 알아본 뒤부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그렇다, 남자였다. 괴물이 아니라 그저 인간 남자 하나. 차가운 표정으로 찰스를 내려다보는 남자는 꽤 따뜻해 보이는 털가죽 망토를 걸친 등에 뭔가 묵직한 자루와 막대 같은 것을 지고는 랜턴을 들고 서 있었다.
"저기...저......"
잠시 도움을 청하려던 찰스는 곧 이 사람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생각하고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독일어를 할 수는 있었지만 듣기에 비해 말하기는 그다지 능숙하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깊이 당황한 상태라 문장이 잘 떠올라 줄지 의문이었다. 제발 이 사람이 자기 발음을 잘 알아들어 주길 바라면서, 찰스는 필사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도와주세요. 전 여기 사람이 아닙니다. 이 마을에 왔는데, 문이 닫혔고, 너무 늦어서...]
그러면서 최대한 지금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무엇보다도 춥다고. 하지만 남자는 그런 찰스를 차가운 시선으로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불안해진 찰스가 잠깐 남자의 생각을 훑어보려 했지만, 이 쪽을 향한 별다른 적의가 없다는 것, 약간은 찰스를 한심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 외에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제 말 아시겠어요? 도와주세요.]
슬슬 반응없는 남자에게 부아가 났지만, 그래도 찰스는 열과 성을 다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미 밤이고, 마을 사람들은 이제 절대 찰스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을 것이다. 이 남자는 그간 마을에서는 본 적 없는 사람이었지만 아무튼 이렇게 날이 어두워도 멀쩡히 돌아다니는 걸 보면 바로 이 근처에 집이 있는 사람인 것만은 틀림없을 것 아닌가. 그는 찰스의 마지막 희망이었고, 찰스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간절히 손을 내미는 순간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는 상대가 정신병자나 백치가 아닌가 의심하면서도 어떻게든 다시 한 번 매달렸을 것이다.
"정말 못봐 주겠군. 멍청한 짓 그만하고, 여관은 내일 아침까지는 안 열 테니 우리 집에서 묵고 가던가 하시오."
이 곳 사람 특유의 강한 억양이 섞여 있었지만 분명히 매우 유창한 영어였다. 생각지도 못한 모국어에 놀란 찰스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보자, 남자는 그런 찰스를 잠시 응시하다 곧 몸을 휙 돌려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 잠깐! 당신, 영어 해요? 영어 할 줄 알아요?"
남자가 멈춰선다. 하지만 돌아보지는 않았고, 냉정한 목소리가 밤 공기를 뚫고 찰스의 귀에 울려 왔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닐 텐데. 따라오시오. 싫으면 그냥 여기서 밤 새던가."
남자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찰스는 허겁지겁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거 살았군요."
"......"
"성함이 어찌 되시나요? 전 찰스 자비에라고 합니다. 여기 온지는 열흘 쯤 되는데 처음 뵙는 분이군요. 괜찮으시다면-"
"에릭."
남자는 그 한 마디만 뱉고는 그 뒤부터 찰스가 뭘 묻건 무슨 이야기를 하건 모두 무시했다. 분명 말도 못하게 무례한 짓이었지만 그럼에도 어쨌건 도움의 손길인지라, 찰스는 속으로만 투덜거리며 어떻게든 남자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걷다 보니 오히려 숲에 더 가까워졌다. 불안해진 찰스는 남자의 생각을 조심스레 살펴보았고, 그가 집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다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쨌건 살았다. 이 자가 무슨 속셈으로 찰스를 도와주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이 추운 밤을 눈밭에서 얼어죽을까봐 덜덜 떨며 지새지 않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이 아닌가.
이런 순진한 아이 같으니. 잔뜩 몸을 굳히는 에릭을 느끼며 슈미트는 싱긋 웃었다. 나름으로는 인자한 미소였다.
"오해 말거라. 그 인간 나부랭이를 네가 어떻게 대하건 네 마음이니까."
포옹을 풀고 양 손으로 에릭의 머리를 붙든 남자는 여전히 웃으며, 하지만 눈만은 싸늘하게 식힌 채 말을 이어갔다.
"그 인간을 살려서 이 곳에서 내보내고 싶다면 내게 말만 하려무나. 네 애완동물로 갖고 싶다고 해도 난 상관 없다."
곧이어 우득거리는 소리가 집 안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에릭의 눈에 경악과 공포가 한꺼번에 차 올라왔다. 지금은 밤이 아니다. 게다가 보름은 이미 지난지 오래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잘 차려입었던 옷의 솔기가 툭툭 터져나가고 잠시 후, 에릭의 눈앞에는 이제 어린 시절부터 악몽의 주체였던 바로 그 괴물이 서 있었다. 그릉거리는 음성이 간신히 인간 언어의 형태를 띠었다.
"그 예쁜이의 머리에서 뇌수가 터져나가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새파랗게 질린 에릭의 눈앞에서 괴물은 이를 드러내며 선언했다.
"다시는 이 곳을 떠나지 말거라. 넌 내 아이란다."
칼날같은 손톱이 에릭의 머리를 떠나 몸에 와 닿았다. 이를 악문 순간 찢어질 듯한 아픔이 가슴에 느껴졌다. 에릭의 가슴에는 네 줄의 긴 상처가 새겨졌고, 가슴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린 에릭 앞에서 슈미트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온 몸에는 너덜거리는 옷의 잔해가 휘감겨 있었지만, 어깨에 걸쳐뒀던 모피코트만은 바닥에 떨어진 채 무사했다.
그것을 걸친 슈미트는 아무 인사 없이 쓰러진 에릭의 이마에 입맞추고 집 밖으로 나갔고, 예민한 에릭의 귀에는 마차 떠나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하지만 그 뒤로도 한참동안 에릭은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상처 때문이 아니라 깨달음 때문이었다. 찰스의 말대로 슈미트가 원했던 건 어머니의 죽음이 아니고 바로 자신이었다. 또한 지금 클라우스 슈미트와 만나 이야기 함으로, 에릭은 그가 본질적으로 자신과 같은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버렸다.
늑대인간으로서 에릭은 자신의 모든 것을 저주했지만 그럼에도 가슴 깊이 거의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있었다. 늑대는 결코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다. 홀로 온 유럽을 떠돌아다니며 어떻게든 이 곳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불가능했다. 증오스럽기 이를 데 없는 슈미트의 부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타오르는 본능의 외침 같은 것이었다. 모든 것을 공감할 수 있는 이에게 아무것도 숨길 일 없이 함께 눈밭을, 숲을 뛰고 달리며 사냥하고 먹을것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
"찰스..."
나를 이해해 줄 유일무이한 존재, 보호하고 보호받으며 서로를 돌볼 존재, 지금 에릭에게 떠오르는 건 단 한 명의 이름 뿐이었고, 그걸 떠올린 순간 한 가지 진실이 영혼에 와 닿았다. 절대 부정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단 하나의 진실이.
슈미트는 결코 에릭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찰스는 떠날 수 있으리라. 그는 그의 나라로, 집으로 돌아가 다시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그 옆에 자기 자리는 없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슈미트가 그리 놔두질 않을 테니까.
늑대는, 혼자 사는 생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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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 국민들이 어떤 이유로건 '구별'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것이 피부색이건 성별이건 돌연변이 여부건 간에 그들은 모두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국민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자비에 의원님, 범죄를 저지르는 뮤턴트들에 대해 따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뮤턴트만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닙니다. 범죄에 대한 방지책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죠. '함께' 말입니다."
'함께' 라는 말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계속되는 의정활동으로 약간 창백해진 얼굴을 꿋꿋이 들고 답하던 찰스 자비에는 이제 질문은 끝이라는 뜻으로 손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럼에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과 다가오는 마이크를 밀어내며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앞으로 다가가려던 움직임은 풍채 좋은 한 남성에 의해 막혔다.
"의원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질문은 끝났는데요."
짧게 답하며 고개를 든 자비에 의원의 시선이 그 남자의 것과 얽혔다. 묵묵히 자비에를 내려다 보던 남자의 입매가 꾹 눌렸고, 그를 바라보던 의원은 서서히 경악에 찬 얼굴이 되어 입을 벌렸다. 의원이 손을 들어 남자의 어깨를 붙든다. 심상치 않은 기색에 의원 주변의 기자들을 막던 경호원이 고개를 돌려 남자 쪽으로 손을 뻗는다. 남자가 손을 올렸고, 총을 발견한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려 했다. 시간은 끔찍하게 느리게 흘렀고, 의원이 잠깐 숨을 들이키고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총성이 울렸다.
"맙소사, 에릭!"
다가온다. 한 발로 뛰다시피 해서 다가온 에릭의 허벅지에는 엄청난 상처가 나 있다. 일반적인 총상과 다르다. 울컥 피가 솟아나오는 것 보고서야 찰스는 하얗게 질려 손을 내밀었다. 어서, 어서 지혈하지 않으면 저 출혈량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발 다가온 에릭은 그대로 무너져 찰스의 온 몸을 끌어안았다. 남자가 힘겹게 숨을 내쉰다. 단 한 순간 모든 것이 악몽으로 변해버렸는데, 에릭이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막을 수가...찰스, 막을 수가 없어."
"무슨 소리야, 에릭!"
"이 총알, 막을 수가..."
중얼거리던 에릭이 양 팔로 간신히 의자를 짚고 몸을 떼는 순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다시 한번 총성이 울린 것이다. 찰스의 눈앞에서 에릭의 어깨가 붉게 물들었다. 남자의 어깨에 박힌 총알은 몸 안에서 파열되며 큰 상처를 남겼고, 뜨거운 피가 찰스의 얼굴과 몸에 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자를 붙들고 있던 에릭의 팔은 움직이지 않는다. 한쪽 팔은 불가항력으로 인해 아래로 늘어졌지만, 다른 팔은 힘껏 버티고 서서 이름 모를 저격자들의 시야에서 찰스를 가리고 있다.
팔을 뻗었다. 눈을 크게 뜬 채 피투성이가 된 에릭의 몸을 끌어안은 찰스는 그대로 의식을 확장했다. 순간 모든 것이 멎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던 사람들도, 달려가던 사람들도, 손가락으로 에릭 쪽을 가리키며 어딘가 외치던 사람들도, 사방에서 이 쪽을 노리던 저격자들과 총성을 향해 달려가던 경호원들까지도 모두 멈춰섰다. 마치 영화 속의 정지된 장면같은 광경이었지만, 모든것이 멈춰 있는 화면과는 달리 다른 모든 것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분수에서 흩날리는 물방울, 사람들의 머리칼을 스치는 바람, 그리고 찰스의 옷에까지 뜨겁게 번져가는 에릭의 피.
에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해해."
분노에 대해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격노, 폭발, 때로는 하지않을 수 없는 파괴행동. 이제껏 참고 참고 또 관대하게 참아온 찰스로서는 더욱 터트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겠지.
"최악이지?"
"멋진 최악이지."
찰스는 에릭을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에릭 렌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기왕이면 좀더 폭발시켰으면 좋았을 거야. 돌연변이 대표로서 말이지." 찰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양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래, 사실 그래서야."
"......"
"모두 한 마음으로 외치고 있었어. 두려움에 가득차서 말이야. '괴물!'이라고."
"보인다는 건 괴로운 일이군."
에릭은 조용히 찰스의 손에 손을 가져갔다. 손가락 사이에 손가락을 끼우고 조용히 얽는다.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찰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말해주었다. 그가 동의할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 부러 얘기하는 것이다.
"그만두고 싶으면 말만 해. 인간들은 지금의 지위를 누릴 자격이 없어."
"오, 에릭-"
"이전에 얘기했잖아. 그들은 어리석어."
손을 단단히 얽어 온다. 찰스는 눈을 감고 에릭의 체온을 느끼며 숨을 골랐다. 고마운 친구, 언제나 힘들 때마다 악역을 자처해주는 이가 있다는 건 괴롭고도 기쁜 일이다. 그리고 그 유혹을 이겨낼 기회를 동시에 주는 것이다. 이렇듯 늘 기대를 배신하는 이에게.
* 중요: 성인 인증 관련
성인 인증 방법은 편하신 쪽으로 취사선택 하시면 됩니다.
1) 예전에 감자밭에서 성인 인증 후 회지 구입하신 분: 구입하신 회지와 닉네임을 간단히 알려주시면 됩니다.
제목 : Tales of Gold'n Green (금녹색 전설) 사양 : 소설. A5. 펄지 표지. DP. 52p. 15금 내용 : 건담 더블오. 커플링 그라닐+마이스터 개그. 막장 해태눈 드래곤에게 납치당한 녹색의 기사 닐 디란디 이야기 글 : 황금숲토끼 삽화 : 없음 가격 : 4천원
견본 텍스트 1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마리나 공주는 우울한 얼굴로 질문했고, 기사단은 그래야 한다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왕실의 법도에 따르면..."
"그 왕실에는 이제 공주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공주님, 설마 공주님만 바라보고 있는 굶주린 백성들을 저버리실 셈은 아니겠지요."
"물론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디란디 경. 하지만 차라리 드래곤과 정식으로 협상을 해 보는 것이..."
"보름은 바로 내일입니다, 공주님."
"티에리아 경마저... 으음...세츠나 경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째서 세상은 이렇게 왜곡되어 있는 것일까."
"맞는 말씀이십니다. 어쨌건, 기사단 전원의 생각이 그러하시다면 따르겠습니다."
.....저어, 아직 제 의견을 말하지 않았는데요, 라고 말하고 싶었던 알렐루야였지만 아무튼 알렐루야 본인의 의견도 기사들의 의견과 큰 차이가 없으니 별로 덧붙일 말은 없는 듯 싶어 잠자코 있기로 했다. 드디어 만월, 자정까지는 앞으로 겨루 20여 분. 기사단이 택한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성 안의 홀에 공주님을 모셔 두고, 기사단도 모두 거기 함께 한다. 아무리 그 대단한 드래곤이라 해도 엄청난 두께의 성벽을 뚫고 공주를 단숨에 납치해 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 곳에 침투해 들어오기 위해 정문 쪽으로 머리를 들이밀게 되면, 기사단원들이 총력을 다해 공격하기로 한 것이다.
"성문 쪽에 봉화가 올랐습니다!"
헐레벌떡 달려들어온 병사의 보고에 실내에는 긴장이 흘렀다. 파수병들에게는 하늘만 보고 있다가 이상한 것이 날아가는 게 보이면 즉각 보고하라고 말해둔 터이다.
"곧 올 것입니다. 단단히 대비하십시오, 공주님."
마리나 공주는 불안해 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결심한 듯 입술을 꾹 다물고 힘껏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안스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귀에, 믿을 수 없을만큼 거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울려 왔다.'
[내가 왔소, 공주! 어서 모습을 보이시오!]
모두 긴장했다. 티에리아는 지팡이를 들고 언제건 가장 거대한 마법을 날릴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고, 다른 기사들은 모두 칼을 뽑았다. 오직 닐 디란디 만이, 드래곤이 들어온다면 검보다는 활을 먼저 쓰게 될 거라고 직감하고는 석궁을 꺼내 살을 장전했다. 바로 다음 순간,
[몸가짐이 단단하군, 그렇다면 내가 들어가겠소!]
"정문을 경계해! 곧 들어올 것이다!"
[세간에서는 이것을 그라함 스페샬이라고 부르지!]
다음 순간 일어난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긴 그 누가 감히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거대한 금빛 드래곤이 날아오던 기세를 늦추지 않고, 정문은 커녕 홀 옆의 그 두꺼운 돌벽을 격돌로 부수며 들어올 줄이야! 아무리 용이라 해도 저것은 쉽게 부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름 철벽의 옹성으로 유명했던 아자디스탄 궁성의 건축가들이 살아있었다면 분한 나머지 그대로 혀를 물었으리라. 어쨌건 두터운 돌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천만 다행으로 기사단과 공주가 있는 지역은 참화를 피했으나 홀 안에 석재가 잔뜩 떨어져 내리는 바람에 대부분의 등불이 꺼진 것은 물론이요 먼지까지 자욱하게 끼어 버렸다.
"이래서야, 공주가 어디 있는지!"
[하하하, 어디 있소 공주! 아름다운 그대여!]
너도 못 보면서 이런 공격을 한 거냐아! 순간 정신이 아뜩해진 닐 디란디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아까까지 공주가 서 있던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혹시라도 저 대책없는 드래곤이 공주를 찾아낼 때를 대비한, 지극히 기사답고 유능하고 군더더기 없고 효율적인 생각이자 판단이자 동작이었건만,
[오오, 여기 있었군!]
닐은 몸 주위에 무언가가 둘러감기는 것을 알아채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몸부림 쳐 봤으니 소용없었다. 다음 순간, 골드 드래곤은 황금빛 앞발 - 이라기보다는 손 - 을 들어 자신이 쥔 것이 누구인가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들이댔으며, 당연히 왕실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석재 울타리 저리가라 할 정도로 정연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마부하게 된 닐 디란디는 숨을 고르고 속으로만 기도하며 검을 들었다. 아니, 들어보려고 했다. 꼼짝없이 붙들려 들어올릴 수조차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래도 어떻게든 해 보려 움직대기 시작했을 때.
[아아, 역시 아자디스탄 왕실이오. 실로 아름다운 공주 아닌가!]
귀에 들려온, 아니 울려 온 말을 이해하지 못해 순간 멍해진 닐은, 드래곤이 만족스러운 태도로 날아오르며 [고맙소 왕실이여. 제물은 잘 받았소. 그대들의 북쪽 영지는 걱정마지 마시오!"라고 외치며 날아오를 때까지만 해도 찍소리 못하고 굳어 있었다. 그 거대한 날개를 저어 수직으로 100야드 상승한 드래곤이 즉각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날아가기 시작하고서도 5분이나 지난 후에야, 이제 와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닐의 외침이 하늘을 갈랐다.
"네놈은 용이 아니라 해태냐아아아아아아아!!!!!!!!!!!!!!"
한편, 아자디스탄 왕실에서는 간신히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멍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닐을...데려갔어? 녹색의 기사를?!"
사태를 파악한 티에리아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몸을 돌렸을 때.
"녹색의 기사님께서, 공주님을 대신해 희생하셨다!"
"오오, 과연 녹색의 기사, 닐 디란디. 록온 스트라토스!"
"녹색의 기사님 만세! 공주님을 구하셨다!"
사태는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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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봐! 난 남자라고!"
"남자? 그게 뭔가?"
녹색의 기사는 미묘한 의미에서 생애 최대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처음엔 설득이 쉬울 거라고 믿었다. 적어도 그 해태눈을 가진 멍청한 용이 사람이 되었을 때 까지는 말이다. 상대는 어느 나라의 귀공자, 아니 심지어 제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당당하고 고귀하고 준수한 용모를 가진 금발의 젊은 '남자'였고, 그걸 확인한 순간 닐 디란디는 무려 안도의 한숨을 쉬기까지 했다. 자신 또한 '남자'이니, 자신이 '공주'가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다고 믿어 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신부'로 취급되지 않으리라는 희망도 피어올랐다.
하지만 방금의 대답으로, 녹색의 기사 닐 디란디가 품고 있던 희망 중 일부가 덧없이 한줌 먼지로 스러져 갔다. 그는 그래도 불굴의 의지를 발휘, 약간의 희망을 갖고 용을 설득해 보려 했다.
"그러니까 남자라고, 남자! 수컷! 몰라?"
"......수컷? 남자? 흠, 이거야 원, 설명 좀 해 주게."
"드래곤은 그런 거 없어? 알을 낳는 녀석이 있고, 그 녀석을 임신시키는 녀석이 있을 거잖아!"
"흠......이거 대체 무슨 소린지."
"그러니까 알을 낳는 녀석이 암컷, 못 낳는 녀석은 수컷이잖아. 설마 그걸 모른다는 건 아니겠지!"
드래곤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아하!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네, 말하자면 자네가 알을 낳을 수 없다는 얘기겠지?"
"그래! 이제야 좀 말귀가 통하는군. 알겠어? 그러니까 나랑 뭘 한다 해도..."
"그거야 당연하잖나."
"...어?"
아니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엉뚱한 말에 순간 멍한 얼굴이 되자, 금발의 남자가 다시 화사하게 웃으며 말하기 시작한다.
"인간이 알을 낳을 거라고 생각하는 드래곤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어떤 드래곤도 알을 낳게 하려고 공주를 납치하진 않아."
"그, 그럼 역시 잡아먹으려고냐!"
"먹으려면 차라리 소를 바치라고 했겠지. 그 무슨 비상식적인 소리를."
'여기까지 저질러 놓고 상식적인 척 하지 마!' 말 그대로 암담한 심정이 된 닐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이 상황을 제대로 납득시키기 위한 부질없는 최후의 노력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인간 수컷이야."
"수컷이 뭔지는 모르겠지만...아, 그래, 알을 못 낳는 쪽 말이지, 알겠네."
"그러니까 나랑 뭘 하려고 데려왔는지는 몰라도! 난 네 알 따위는 낳을 수 없다고!"
"그것도 알고 있네, 하하하."
"그래. 그리고 당연히, 그러니까 난 공주 같은 게 아니라고!"
"......그거 참 이상한 소리군."
아니 다 잘 이해하는 것 같은데 왜 끝에서 삐걱이는 걸까. 견디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으며 갈색 머리를 쥐어뜯으려는데, 갑자기 그 손을 덥썩 잡아 머리카락으로부터 떼놓은 금발의 남자가, 무려 그 손등에 키스를 하며 듣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대사를 내뱉는다.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한데, 게다가 만물의 영장인 드래곤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기 할 말 다 하는 기품과 기백을 지닌 그대가 공주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난?!"
손등 뿐 아니라 입술마저 점령당했다. 외치느라 한껏 벌어진 입 사이로 어쩐지 끝이 살짝 갈라진 듯 하고 조금 까글하지만 그 외에는 인간의 것과 별 다를 것 없는 드래곤의 혀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당장 물어 끊어 버릴 생각으로 이를 앙다물려 했지만, 감촉만 부드러울 뿐 조금 이를 세운 것만으로도 턱이 얼얼함을 깨닫고는 곧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 이 놈 드래곤이지. 그러니까, 이 놈의 혀를 물어 끊으려면 내 이빨이 적어도 마법사와 사제의 축수를 받아 강철검 따위 단숨에 잘라 버리는 오리할콘 제 쯤은 되어야 하렷다? 제길 신이시여. 잠시 신에게 이 놈을 저주해달라고 기도하려던 기사는 그 축원을 잠깐동안 보류했다. 신이시여, 이 저주받을 드래곤놈이 키스를 마치면 천벌을 내려 주십시오. 일단 너무 잘 하니까 끝내긴 해야겠습니다.
드디어 직장을 잃고(......) 자유인이 된 토끼입니다. 하여, 예쩐에 통판해드리지 못했던 책을 이제는 칼같이! 정확하고! 깔끔하고! 신속하게! 통판해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간 정말 폐를 많이 끼쳐 죄송했습니다. (납죽)
금녹색 전설은 초판본은 전부 완매되었습니다만, 제 소장본이 사라지는 등(......) 통판에 대한 요청이 있었던 고로 10월 20일까지 신청을 받아 새로 찍어드리기로 하였습니다. 10월 20일까지 신청을 받은 후 25일까지 책을 받아, 즉각 부쳐드릴 예정입니다.
통판 요청 방법: 댓글에 위 정보를 남겨주신 후 돈을 우리은행 1002-531-660157 (유*은. 본명은 가리겠습니다. 요 두글자 보시고 확인하세요.)에 입금해 주시면 됩니다. 우체국 등기를 통해 최대한 빨리 보내드리겠습니다. 덧: 오늘 가서 책을 맡기고 왔는데 제가 중간에 착각을 해서(......) 3부 더 주문해 버렸습니다 으하하하 혹시 구입 의사가 있으신 분은 아직 3부 더 남아 있사오니 신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요~
제목 : 野獸의 時間 사양 : 소설. A5. 펄지에 흑백 표지. DP. 16p. 19금(결박 및 강제상황, BL) 내용 : 건담 더블오. 커플링 미하레. 눈을 떠 보니 미하엘에게 납치당한 알렐루야, 그리고 할렐루야.
글 : 황금숲토끼 삽화 : 없음 가격 : 1,000원 특기사항 : 이 책을 구매하시는 분들께는 8페이지 분량의 배포본을 같이 넣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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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으로 혼미해진 의식을 간신히 뚫고 표면으로 나온 것은 할렐루야였지만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 아대 참 잘 늘어나더라. 메이커 어디야? 아차차~ 재갈로 물려버렸지 하핫"
눈앞에서 이죽거리고 있는 미하엘의 말 그대로, 입에 단단히 물려 있는 것은 손목을 감고 있던 아대. 그것도 한 쪽은 뭉쳐서 입 안에 넣어놓고 다른 한 쪽을 입 안을 지나도록 둘러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 했지만 양손은 위로 올려져 단단히 묶여 있었고, 감촉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밧줄 대용으로 쓰인 것은 바로 자신의 티셔츠. 이래가지곤 끊거나 푸는 건 불가능하다. 그나마 걷어차 주려 해도 이미 상대는 다리 사이에 들어와 있고, 하의와 신발은 저 구석에 나뒹굴고 있다. 브리프도 함께.
"야아~ 그렇게 안간힘을 쓰고 움직이는 걸 보니 묶은 보람이 있네? 응? 덜된 개조인간씨"
금빛 눈에 불꽃이 튀건 말건 역겨운 손길이 흠 없이 단련되어 있는 몸을 쓸어 내린다. 체구는 커도 체모가 적은 몸이라 매끈한 맨 가슴을 훑던 손이 돌기를 집었을 때, 할렐루야는 목젖까지 욕설을 끌어올렸지만 재갈에 막혀 웅얼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말야..."가슴을 지나 옆구리를 쓸던 손이 허리를 지나, 탄탄한 엉덩이를 쥐었을 때, 할렐루야는 다시 한번 욕설을 뱉었다. 역시, 제대로 된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여기 박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 이대로 당할 순 없어.
* 이 짧은 부분 외에는 대부분 공표하기 적절치 않은 어휘가 섞여 있어 이 정도만 올립니다 굽신굽신
이 책은 너무 저가라(단돈 천원;;; ) 도저히 비싼 우송료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통판과 함께 신청해 주실 때에만 보내드리기로 하였습니다. 너른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너무 가볍고 앏은 책이라 추가로 붙는 우송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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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입하실 분께서는 어떤 것이건 상관없으니 91년 이전 태어나신 성인임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딱 91년까지 판매 가능) 간단한 예로는 네이버 블로그등의 프로필 생일란을 공개하셔도 좋고, 싸이를 알려주셔도 상관없으며, 혹은 다니는 대학교 이메일로 보내주시거나 각종 스캔 등등...물론 주민번호 뒷자리나 사진, 주소 등 생년월일 외의 지우고 싶으신 모든 정보는 다 지우고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전 성인 여부 확인만 하고는 즉각 삭제하고 있고, 개인정보를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ㅠㅜ 뭐든지 구입하시는 분께서 부담 적으신 쪽으로 알려만 주시면 됩니다.
아울러 한번 이 곳에서 성인 인증을 하시고 회지를 구입하신 분은 구입하신 회지명만 적어주시면 자동으로 인증되십니다.
* 혹시 민증 스캔 등등이 (신분 노출 등의 염려로) 부담스러우신 경우, 받은 모든 인증 정보는 당연히 확인만 하고 삭제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불안하시다면 보내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그 경우 등기 봉투에 "19세 미만은 열어보지 마십시오." 라고 메시지를 적어넣게 됩니다. 미성년자에게 판매했다가 안게 되는 법적 불이익을 최소화 하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ㅠㅜ 보내주실 이메일 주소는 mayrabit(골뱅이)naver.com 입니다.
1. 개와 늑대의 시간도 통판하고 있습니다. 단 3권 남았으니(만세) 원하시는 분은 이쪽이건 그 쪽이건 댓글 남겨주시면 되겠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과 금녹색 전설을 같이 구입하시는 경우 우송료는 개와 늑대의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그 책이 더 무거워서요; ) 단, 이 책은 성인만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제목 : 野獸의 時間 사양 : 소설. A5. 펄지에 흑백 표지. DP. 16p. 19금(결박 및 강제상황, BL) 내용 : 건담 더블오. 커플링 미하레. 눈을 떠 보니 미하엘에게 납치당한 알렐루야, 그리고 할렐루야.
글 : 황금숲토끼 삽화 : 없음 가격 : 1,000원 특기사항 : 이 책을 구매하시는 분들께는 8페이지 분량의 배포본을 같이 넣어 드립니다.(통판도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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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으로 혼미해진 의식을 간신히 뚫고 표면으로 나온 것은 할렐루야였지만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 아대 참 잘 늘어나더라. 메이커 어디야? 아차차~ 재갈로 물려버렸지 하핫"
눈앞에서 이죽거리고 있는 미하엘의 말 그대로, 입에 단단히 물려 있는 것은 손목을 감고 있던 아대. 그것도 한 쪽은 뭉쳐서 입 안에 넣어놓고 다른 한 쪽을 입 안을 지나도록 둘러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 했지만 양손은 위로 올려져 단단히 묶여 있었고, 감촉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밧줄 대용으로 쓰인 것은 바로 자신의 티셔츠. 이래가지곤 끊거나 푸는 건 불가능하다. 그나마 걷어차 주려 해도 이미 상대는 다리 사이에 들어와 있고, 하의와 신발은 저 구석에 나뒹굴고 있다. 브리프도 함께.
"야아~ 그렇게 안간힘을 쓰고 움직이는 걸 보니 묶은 보람이 있네? 응? 덜된 개조인간씨"
금빛 눈에 불꽃이 튀건 말건 역겨운 손길이 흠 없이 단련되어 있는 몸을 쓸어 내린다. 체구는 커도 체모가 적은 몸이라 매끈한 맨 가슴을 훑던 손이 돌기를 집었을 때, 할렐루야는 목젖까지 욕설을 끌어올렸지만 재갈에 막혀 웅얼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말야..."가슴을 지나 옆구리를 쓸던 손이 허리를 지나, 탄탄한 엉덩이를 쥐었을 때, 할렐루야는 다시 한번 욕설을 뱉었다. 역시, 제대로 된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여기 박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 이대로 당할 순 없어.
* 이 짧은 부분 외에는 대부분 공표하기 적절치 않은 어휘가 섞여 있어 이 정도만 올립니다 굽신굽신
아울러 전 재고책의 통판 신청을 다시 받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쉬게 되어 통판에 아무 이상이 없어졌습니다, 올레! 아마 정식으로 안 나가게 되는 건 월말이겠습니다만, 어쨌건 이제는 여러분께 신속하게 보내드릴 수 있게 되어 몹시 기쁩니다 OTL 그간 얼마나 죄송했는지 OTL)
구체적 통판 공지는 행사 직후 올리겠습니다. 또한...
제목 : 엽기 동화선 성냥팔이 소년 사양 : 소설. A5. 모조지. DP. 8p(소설 내용 4페이지). 전연령가 내용 : 말 그대로 재앙을 불러오는 성냥팔이 소년 이야기.
글 : 황금숲토끼 삽화 : 없음 가격 : 무료
이 배포본을 서플에 와 주시는 분들께 무료 배포합니다.
원래 제게는 무료 배포는 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이번에 내기로 생각했던 세츠티에 책을 정상적으로 (즉, 생각하던 퀄리티로 내용을 붙이고 보강해서) 출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제 통판도 자유롭게 되었으니 훗날을 기약하고, 책을 못낸 데 대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배포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목 : Cevahir Kafes (보석 우리/감옥/새장 정도에 해당하는 터키어입니다.) 사양 : 소설. A5. 펄지에 칼라인쇄 표지. DP. 74p. 19금(근친설정 BL) 내용 : 건담 더블오. 커플링 세츠알렐. 어느 사막, 술탄 소란 이브라힘과 그 형제 알렐루야의 이야기.
글 : 황금숲토끼 삽화 : 없음 가격 : 5,500원 예상 (가격이 생각보다 올라가 버렸네요 죄송합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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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章
격자창 뒤가 술렁인다.
- '그 곳'의 문을 열라 하셨답니다.
- 어째서! 원래대로라면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나 술렁거리기만 할 뿐, 누구도 앞에 나서서 갓 즉위한 술탄을 막지 못했다. 잔인하고 단호하기로 이름 높던 선대의 그림자 때문이리라. 바예지드는 차를 쏟은 궁녀의 손목을 자르고 좋아하는 꽃나무의 가지를 꺾은 미동의 목을 꺾어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단호했기에, 가장 사랑하던 총희의 아이를 후계자로 정한 직후 다른 이십여 아들은 그대로 '방'에 갇혀야 했다. 바깥쪽으로 두꺼운 빗장이 달린 방에.
보통 '그 곳'이라고만 불렸다. 십대 후반의 장성한 아들들부터 간신히 젖을 뗀 갓난 것까지 모두 울부짖는 하렘의 어미들에게서 억지로 뜯겨져 나와 그 방에 들어 가야만 했다. 아이들을 집어넣고 닫힌 단단한 문은 무장한 경비병에 의해 지켜졌고, 하루 세 번 식량과 물이 넉넉히 들어가고 빈 그릇이 나올 뿐이었다. 총희의 아이에게는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스승이 주어 졌지만 같은 아비를 둔 이 곳의 아이들에게는 하루 중 잠시 들러 안의 창을 들여다보며 감시하는 눈길 외에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간혹 제 피붙이를 잠시라도 보고 싶은 하렘의 여자들이 뇌물을 써 보려고도 했으나 술탄의 엄명을 받은 병사들은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장성한 왕자들을 위해 잠시 여자가 들어가기도 했다. 그녀들을 통해 손을 써 보려던 이들은 들키는 즉시 술탄에 의해 처단되었다. 몇 번의 사단이 난 후에야 대부분의 여인들은 체념했다. 체념하지 못했던 이들은 스스로 대궐 기둥에 목을 매고 죽어갔다.
죽어간 것은 어머니들만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너무 혹독한 환경 속에 갇혀 있었기에 어리고 약한 것들부터 죽어나가기 시작했고, 안에서는 종종 누군가의 절규와 숨 넘어가는 소리, 살려 달라는 애원소리가 들리곤 했다. 물론 안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와도 병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간혹 '감시자'가 변고를 알리면 다른 병사들과 함께 시체를 꺼내는 일 정도는 했다. 소리소문 없이 퍼진 이야기로는 아마 이젠 살아남은 아이는 거의 없다고 했다.
어차피 살아남건 말건 달라지는 건 없었다. 총희의 아이가 술탄이 되는 날이면 그 방안의 누구건 결국 즉위식 날 바로 참수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반대의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
- 정말로 열 생각이라는 건가요?
- 밖에서 자랐기 때문이야. 법도를 모른다고 밖에는…
- 쉿! 경을 치고 싶은 게요?
총희의 아이는 그만 병에 걸렸다. 식은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던 아름다운 청년은 좀더 나이든 비슷한 얼굴로 절규하는 어머니의 품에서 목숨을 놓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어느새 같은 증상으로 앓아 누운 여인이 숨졌다. 궁의 사람들은 술탄을 응시했다. 근 몇 개월 간 같은 사람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늙어버린 술탄을.
방을 열 것인가? 십중팔구 발광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는 광인을 왕위에 올려야 하는가? 그런 시선을 무엄해 할 기운조차 없어진 술탄은 갑자기 사막을 향해 행차했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자신과 놀랍도록 닮은 소년 하나를 데려왔다.
- 말이야 바른 말이지, 베두인 여자에게서 얻었다지만, 얼굴만 같지 않았어도 술탄은 될 수 없었을 것 아니오.
- 조용히 해요. 그 패악을 보고서도 아들 아니란 소리를 하오?
- ……
갑작스레 나타난 술탄의 아들은 소란 이브라힘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살 기운을 잃은 선대가 세상을 떠나, 이브라힘이라는 이름으로 왕위에 올랐다. 무뚝뚝하니 말이 없는 성격까지 부왕을 빼다 박은 젊은 술탄은, 왕좌에 앉자마자 그의 출생을 의심하며 계속 몰아내려 들었던 늙은 신하 몇의 목을 직접 베어 버렸다. 실로 귀신 같은 칼 놀림으로.
그리고 미처 날이 다 지나기도 전에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명령을 내렸다. 바로 '그 곳' 누구라도 입에 올리기조차 꺼리던 왕자들의 방문을 열라고 지시한 것이다.
- 안에서 무엇이 튀어나올 줄 알고 저러는 거요.
- 다 죽었을지도 몰라. 아니어 봤자 미친놈이겠지. 어째서 열려는지 원…
군데군데 보이는 격자창 뒤에서 누가 어떤 소리를 하건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마침내 젊은 술탄은 나무로 만들어진 두꺼운 문 앞에 섰다. 이제껏 석상처럼 그 곳에 묵묵히 서 있던 병사들이, 술탄의 등장에 당황해 양 옆으로 물러나 엎드린다.
“열어라.”
모두 침을 삼켰다. 두려운 일이 아닌가. 잠시 눈치를 보던 병사 하나가 땅에 이마를 비비며 뭔가를 말하려 했다.
“가, 감히 말씀 드리옵기 외람되오나, 저 안에 있는 것은…”
“네 놈의 목을 치기 전에 어서 열어라.”
호통소리도 아니었다. 협박조차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사실을 통보하는 담담한 목소리였다.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지금 술탄이 빼 든 칼로 인해 일어나게 될 사실을 알려주는 것뿐. 잠시 갈등하던 병사가 몸을 일으켜 동료와 눈짓을 나누고는, 바깥에 걸린 빗장을 둘이 함께 들어올린다. 음식을 넣고 감시하는 것은 거대한 문에 딸린 작은 문이었지, 이렇게 문이 완전히 열리는 것은 아예 처음이었다.
“조, 조심하시옵소서.”
빗장이 걸려 있던 고리를 손에 쥐고 힘껏 당기자, 거의 십 년을 움직인 적 없던 돌쩌귀가 힘겨운 소리를 내며 간신히 돌아간다. 시종 두엇이 가세한 뒤에야 문이 좀 제대로 움직이고, 마침내 두꺼운 문이 활짝 열렸다.
모두 술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가운데, 젊은 술탄만이 방 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방 안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많은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하나하나, 어쩌면 한꺼번에 가 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곳에는 그러나 악취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오물은 치웠지만 제대로 된 청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귀인들이 얼굴을 가리며 뒤로 물러나는 가운데, 바깥 세상에서 자랐기에 악취도 참상도 아무렇지도 않은 술탄만이 곧은 걸음으로 문 안에 들어갔다.
벽에 간간히 보이는 갈색 자국은 오물보다는 아주 오래된 피처럼 보인다. 그 옆 아래쪽에는 바로 전 끼니를 먹었는지 음식 찌꺼기가 든 그릇이 한쪽 구석에 놓여 있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옷가지들을 뭉치고 쌓은 곳이 아마 생존자의 잠자리 역할을 해 주었겠지. 그 사실을 입증하듯, 한 남자가 그 앞에 앉아 있다.
“살아남은 것은 너 혼자인가?”
제대로 자르지 않아 멋대로 흩어진 머리에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남자가 눈이 부신 듯 고개를 들어 술탄을 응시한다. 흔들리던 눈동자는 회색으로 한 쪽만 보이고 있었다.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말하는 것인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 손을 향해 다가간 젊은 술탄은 악취에 찌든 그 손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담담한 얼굴로 마주 잡아주었다.
“나는 네 왕이다.”
“……”
쉰 듯 꺽꺽 대는 목소리가 간신히 공기를 울린다.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술탄은 처음으로 미소 지으며 그 남자에게 말해주었다.
“그러므로 말해주마.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아도 된다.”
오랫동안 갇혀 있던 자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차 올라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술탄은 조용히 손을 뻗어 자기보다도 훨씬 큰 그 어깨를 끌어안아 주었다. 어느새 결국 눈물에 젖은 뺨에 입을 맞추며, 술탄은 조용히 그의 귀에만 들리도록 그를 불렀다.
- 형제여.
원래 이름조차 잊어버렸던 청년이 처음 본 '형제'는, 그토록 찬란하게 서 있었다.
Cevahir Kafes 는 현재 완매되었습니다. 성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가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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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소+우편번호
4) 요청책 제목/권수
5) 성인 인증 정보를 보내주실지 안 보내주실지 (정보 자체는 메일로 보내주세요)
6) 발송정보를 받으실 이메일 주소
* 성인 인증 관련.
이 책을 통판해 주실 분께서는 어떤 것이건 상관없으니 91년 이전 태어나신 성인임을 보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딱 91년까지 판매 가능) 간단한 예로는 네이버 블로그등의 프로필 생일란을 공개하셔도 좋고, 싸이를 알려주셔도 상관없으며, 혹은 다니는 대학교 이메일로 보내주시거나 각종 스캔 등등...물론 주민번호 뒷자리나 사진, 주소 등 생년월일 외 지우고 싶으신 모든 정보는 다 지우고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전 성인 여부 확인만 하고는 즉각 삭제하고 있고, 개인정보를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ㅠㅜ 뭐든지 구입하시는 분꼐서 부담 적으신 쪽으로 알려만 주시면 됩니다.
* 혹시 민증 스캔 등등이 (신분 노출 등의 염려로) 부담스러우신 경우, 받은 모든 인증 정보는 당연히 확인만 하고 삭제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불안하시다면 보내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그 경우 등기 봉투에 "19세 미만은 열어보지 마십시오." 라고 메시지를 적어넣게 됩니다. 미성년자에게 판매했다가 안게 되는 법적 불이익을 최소화 하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ㅠㅜ
보내주실 이메일 주소는 mayrabit(골뱅이)naver.com 입니다.
우송료는 3000원으로, 두권까지 동일하며 세 권 부터는 3,500원부터 시작해서 권당 500원씩 추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