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판 예약하신 분들께, 아래 포스트 덧글로 주소를 남겨주신 a님, C님, boyoyo모님, 나기님, 그리고 행운의(!) 막차를 타신 misha님은 따로 절차를 밟지 않으셔도 됩니다. 행사 후 넉다운되었다가 피실피실 부활중인데, 기력 닿는대로 발송하겠습니다. 실은 지난 토요일에 먼저 발송해드릴까 했었는데....네, 죄송합니다. 즈질체력 주제를 모르고 까불었습니다.ㅠㅠ
직수령 예약하셨다가 당일 소식이 없으셨던;; m님께선 가까운 시일내에 말씀 남겨주시면 좋겠고요, 키*코님, 일단 기다리고 있습니다. 늦었다 생각마시고 컨택주세요^^;
그리고! 이게 본 포슷힝 본 용건인데요.
.....n일 전, 재출력한 책 받아보고 나온 상태에 딥빡침과 캐붕노의 2연타를 맞아야 했습니다. 제본 알맹이는 딱히 문제가 없었으나, 표지 상태가 이건 뭐....... ;;; 심지어 유광 옵션을 고대로 씹기까지?! 대체 어쩌려고?!??!!!!
어떤 인과인가 더는 묻지 마시고, 여차저차해서 이번 재출력본 12권 데려가신/데려가실 12분의 글 리퀘스트를 받습니다. 사과와 더불어 성의를 표하는 수단으로 딱히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사와(....)
길이는 단문 이상 단편 이하을 생각하고 있으며, 논커플링/노멀/비엘 모두 받습니다. 장르는 스타워즈/강철/더블오/엑퍼클 등, 제가 여태 다뤄본 장르라면 뭐든 오케이. 그리고 연중된 장편의 다음 편을 요청하셔도 됩니다(...)
그럼, 열 두분의 열 두 리퀘를 이 포스트 덧글로 받겠습니다. 다만 글들의 완성 기한과 순서는 제 임의로 하겠습니다ㅠㅠ;;
오는 12월 11일동네 페스타에 참가하는 스타워즈 팬픽션 모음집입니다. 개인적으로, 몇 년전 계획중에 불발된 아쉬움이 있어 그럭저럭 상황되는 지금, 늦게나마 밀어 붙입니다. 고리짝의 추억모음입지요. 고로, 예약해주신 수량+5만 뽑습니다(...) 장독 뚜껑이나 적절한 냄비 받침이 필요하신 분은 기탄없이 예약해주십사... 이 포스트 댓글란에 비밀글 체크하시고, [직수령] 또는 [통판] 머릿말을 다신 뒤, 구입 부수와 수령자 아이디를 남겨주세요.
ex) [직수령] 1부/누구누구 or [통판] 1부/누구누구
그리고 통판은 행사 후 자세한 추가 공지 올리겠습니다. 참, 예약은 12월 5일 월요일 오후 11시 55분까지 받습니다.
.......애미리스한 출력부수였다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추가 출력합니다. 4월 1일 동네페스타 3회에 들고 갑니다. 이 포스트 댓글에 예약글 올려주시면 되고요. 포스트 댓글란에 비밀글 체크하시고, [직수령] 또는 [통판] 머릿말을 다신 뒤, 구입 부수와 수령자 아이디를 남겨주세요. 예약은 2012년 3월 25일 일요일 23시 55분까지 이고, 이번에도 예약수+2~3권만 뽑습니다(....)
제목 : Time limit 사양 : A5 / 소설 / 컬러유광 표지 / DP본 / 삽화없음 / 전연령논커플~여성향19금(주로 아나오비) / 260p이상 /10,000원 소개 : 2005년~2007년 사이의 스타워즈 2차 창작 단편들과 중편 Time limit, 운디네 완결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개그, 시리어스, 앵스트, AU, If only, 등등이 혼재.
통판 예약하신 분은
1. 이메일주소 or 홈 or 블로그주소,
2. 입금자 이름 3 (우편번호 표기)받는 주소를 남겨주세요.
비밀글 체크는 필수입니다! 성인인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폰카로 민증을 찍어 메일로 보내셔도 좋고 (민번 뒤의 7자리는 반드시 지워주세요!! 그으런 개인정보는 본의 아니게 봐버리는 쪽도 모옵시 곤란하단 말입죠. 보고싶지 않아요, 네버!!;;) 대학이상 교육기관에 소속된 분이시라면 해당학교 이메일로 간단한 인증메일을 주셔도 좋습니다. 더 씽크빅한 방법이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 아니 이게 아니고;; 암튼간에 인증샷or메일보내실 주소는 lirin17@naver.com 입니다.
*이전에 감자밭 커뮤니티에서 인증을 한 번 하신 적이 있으시다면 해당 회지와 닉네임을 살짝 말해주세요. 두 번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우송료(3,000)+회지 가격(10,000)=13,000원을 입금계좌KB은행 277-24-0035-373 예금주 박*연 로 넣어주시면 됩니다. 계좌 확인하는대로 댓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제목 : Time limit 사양 : A5 / 소설 / 컬러유광 표지/ DP본 / 삽화없음 / 전연령논커플~여성향19금(주로 아나오비) / 265p /10,000원 소개 : 2005년~2007년 사이의 스타워즈 2차 창작 단편들과 중편 Time limit, 미완이었던 운디네의 완결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개그, 시리어스, 앵스트, AU, If only, 등등이 혼재.
“카운슬이- 아니, 제다이 오더가 젊은 스카이워커를 위력적이고도 효율높은 전투병기로써 십분 활용하고있는 이상 그에게 상응한 배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한다 말하고 싶은가, 마스터 케노비?”
일자로 굳게 다물리는 오비완의 입술이 어떤 대답보다 확실하게 지금 메이스가 급소를 찔렀음을 웅변하고 있다.
여직도 변질되지않고 우직한 이 제다이 마스터의 꾸밈없이 신실한 면모에 카운슬 수장은 내심 쓰게 웃었다. 스스로의 말대로 오비완은 메이스와 '교섭'을 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던 게지. 협상가로써의 마스터 케노비가 얼마나 교활해질 수 있는지를 아는 만큼, 눈앞의 속일 줄 모르는 표정이 신선하다. 오비완에게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콰이곤의 어린 파다완 같은 데가 있었다. 그건 일종의 습관 같은 미련, 고집, 그리고 자각 없는 집착에 가까운.........
“아닙니다, 마스터 윈두.... 감히 그런 생각을....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는 못해도..... 그래요, 거기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깊이나 정도가 아니라 방향을 얘기하고 있는걸세, 마스터 케노비. 제다이 마스터는 그런 식으로 사고하지 않지. 우리가 서약한 헌신이란 무엇을 일러 말함인가.”
“무상의, 대가없는 헌신.”
“시련(trial)은 한 번 통과했다 해서 그치는 게 아니지. 우리가 가는 길이란 특히.”
“확실히 그렇습니다, 마스터 윈두. 제가 경솔했어요.”
“자넬 탓하는 게 아닐세......”
문득 메이스 윈두는 눈앞의 사내가 요 몇 년 사이 부쩍 나이가 들었음을 깨달았다. 아직 40도 되지않은 이 제다이의 귀밑머리는 하얗게 센 새치로 희끗하였고 눈가에 자리 잡은 가는 주름은 전쟁이 해를 거듭할수록 또렷하다. 젊음과 그림자 속에 개켜서 밀어내버린 고뇌들을 전쟁의 제단에 바치고, 대신 얻은 것이 자주 웃고 한결 여유로워져서 병사들과 동맹의 신뢰를 쉬이 얻는 공화국 제너럴의 얼굴이었다. 언젠가부터 오비완의 '표정'이 되어버린 제너럴의 얼굴. 언제부터였더라.
물론 메이스는 답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황톳빛 하늘, 메마른 땅, 지오노시스에서 두쿠를 추적해가던 제다이의 결연한 얼굴.
"적과 아군, 보듬어야 할 아이, 지켜야 할 둥지. 이 전쟁은 제다이 오더의 트라이얼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무엇을 놓아보내야 할까, 생각해 본 적 있나? 예언의 진정한 의미까지 더해서."
"마스터...."
“이 얼마나 무서운 모순인가, 제너럴 케노비. 자네는 병사로써 피를 묻힌 스카이워커에게 제다이의 가치를 반복해 들려줄 수밖에 없어. 그리고 마스터로써 내게 자문했지만 역시 돌아가는 건 같은 대답 뿐이다. 그리고 자네에게 결벽한 제다이로써의 가치를 설파한 나 자신은 자네들을 다시 피비린내 나는 전장으로 내모는 게야. 헌데 이 악순환의 기저 어디에서도 제다이 코드에 부합하는 가치나 의미는 찾을 수 없네. 이건 전쟁과 군대의 논리야. 이 전쟁을 끝내기위해,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우린 전쟁 그 자체를 배우고 있어. 그게 우리 행동이지. 그러나 우리의 말과 정신은 그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인정할 수 없지."
오비완은 조용히 시선을 내리깐 채 깊은 상념에 잠기고 있었다. 어깨위에 지워진 숙명의 무게를 새삼 인지한 그는 고독해보였다. 윈두 자신도 저러할까? 어긋나고 어긋난 끝에 경보음을 울리기 시작한 거대한 덩치의 멀지않은 파국을 예감하는 순간, 제다이 마스터라면 누구나 저런 기척으로 시선을 흘리는 것일까.
-아무래도 좋다 이거야.
끈질기게도 오랫동안 비전을 뵈주고있는 포스 속에서 아나킨의 의식은 지치고 또 지친 채 아무도 들어주지않는 독백을 공허하게 되씹었다.
아무것도 잃지않은 미래, 파드메, 오비완, 아이들. 그것만으로도 결단코 이길로 오리라 다지고 또 다져진 결심과 별도로 한창 새파란 나이의 잘나가는 청년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자신의 미래상에 좌절 중이었다.
기어이 파드메의 턱짓 한 번에 흠칫하며 내가 뭘 잘못한 게 있었나 쩔쩔매는 공처가로 전락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그렇다치자고.
.....사실 지금도 파드메가 맘먹고 노려보면 제대로 눈을 못마주치니까.....가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가 건강히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공처가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기왕이면 '애처가'로 통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이 있지만서도.
기계의수 위에다 방수재를 꼼꼼히 덧씌우며 <요즘 주방세제는 너무 독하단말야 옛날 자연*이 좋았는데...>중얼거리는 미래의 자신을 애써 외면해본다. 하는 김에 마치 피부의 일부인양 착 들어맞게 걸치고있는 하늘색 에이프런과 에이프런 안의 츄리닝도. 남빛 등짝에 또렷이 박힌 <중앙동 조기축구회 88기>의 형광주홍글씨가 슬펐다.
또한 오비완의 세 마디 이상가는 잔소리에 목말라 저 좀 봐줘염 마스터 모드로 부비적거리는 아나킨 스카이워커도 뭐 그렇다치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그의 잔소리가 갑자기 그치면 그건 그거대로 쬐에끔 쓸쓸할거야, 아암. 그래서 그런거지 딱히 미래의 자신이 버스 지나간 뒤 손 흔드는 꼴이 된 건 아니다. 그렇고말고. 오비완 케노비는 어디까지나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마스터였지 이제 막 걸음마 배운 루크나 레이아의 마스터가 아니란 말이닷. 그러니까 루크만 한없이 얼르지 말고 이쪽도 좀 신경써 달라니까요오오오오!!!......가 아니라, 당신, 미션은 안 나가는거야? 어째 애들이 온 뒤로는 코루산트에서 1박 2일 이상 떨어진 데로 미션 나가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애. 아니 그전에 미션 자체를 잘 맡지도 않고 어지간한 의뢰는 무조건 아나킨에게 돌려버린다. <속가제자의 미션에는 박봉이나마 꼬박꼬박 수당이 더해지는 거 알지? 분유값 벌어올 기회를 양보해주겠다는데 불만있냐?>
미션 중에 그만 갈비뼈 하날 분질러먹고 끙끙대며 돌아온 자신에겐 <저런, 조심하지않고서.>로 끝낸 오비완이 이유식에 살짝 체한 레이아가 울먹이며 먹은 걸 토해내자 새하얗게 질려서 대뜸 애를 들쳐업고 메디컬센터로 달려와 힐러들에게 <아이가 아픕니다! 약 1시간 28분 전에 크림과 크랜베리를 먹였는데 먹인지 1시간 쯔음에 하품을 두 번 연달아했고 10분 후에 한 번 더, 졸린걸까 지레 짐작하고 눕혔더니 조금 보챘고 20분 전에 낯빛이 변해 울면서 모두 토해냈어요! 이마에 열이 있고 손발은 찹니다. 가벼운 식체입니까? 혹시 심각한 증상입니까? 기본예방접종이야 모두 마쳤습니다만. 애엄마는 아직 직장에 있는데 연락을 할까요? 애아빠는 옆 병실에 누워있을겁니다. 뭐라더라? 아, 가벼운 골절상이니 아이 돌보는데는 전혀 지장없어요>....라 두다다 퍼부은 날, 미래의 아나킨은 조용히 베갯잇을 적시며 자신의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의 자식사랑이 손주사랑으로 후루룩 옮겨가버린 속도는 참으로 경탄할만했다. 제다이마스터의 '보냄'은 그토록 무서운 것이다...
처음 오비완은 짓궂은 퀼레보른의 경고를 알아듣지 못했다. 갓 얻은 영혼의 눈부신 전율은 그가 본래 가지고있던 정령의 청각조차 흐리게 했으며 영주가 가르친 인간의 열은 흐려진 감각 위에 단단한 옹벽을 세워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침실에서 겨울을 하릴없이 지나보내며, 얻은 영혼이 나날이 자라나는 경이와 난폭하리만치 격렬하게 쏟아지는 욕망에 정신없이 휘말려 있는 동안 오비완은 퀼레보른의 물방울 소리를 알지못했고, 듣지못했으며, 들으려하지 않았다.
[드디어 네가 내 소리를 듣는구나, 어리석은 정령아.]
"난 인간이다. 퀼레보른."
[그래, 마침내 그리 된 거 같다. 오비완, 아직 뺨이 붉어. 많이 아프더냐?]
"아프지않아."
[대신 '마음'이 아프겠지.]
"각오한 일이다."
[어리석기는. 뭘 알고 뭘 짐작해서 뭘 각오했단 얘기지? 홀로 깊고도 오래도록 괴어있던 샘의 정령들은 대개 너처럼 어리석다. 인간의 금빛 영기에 쉽게도 홀려서 결국 제 명을 다하고 인간과 함께 바스라지고 말지. 마법의 겟슈(geis : 금기, 제약)란, 범해지기 위해 존재하는 거란다.]
"나의 영주는 그러지 않을 거야."
[들어봐라, 고집스런 운디네. 인간과 함께 백 년 천 년을 흘러온 강물의 퀼레보른이 얼마나 많은 운디네의 눈물을 삼켜왔는지 아니?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겟슈를 어기고 제 정령에게서 제 영혼을 뺏은 뒤 저승의 강을 건너갔는지 알고있니? 애닯고 절절한 사랑조차도 그들을 구하지 못했단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괜찮을 거다."
[바보같은 정령아, 너의 영주는 본시 인간이었고 너는 그에게 영혼을 나눠받아 잠시 인간이 되었을 뿐이니, 다만 하늘과 대지가 영원히 서로를 껴안을 수 없는 것처럼 그와 너도 언젠가 절로 제자리에 돌아가리란 얘기였단다. 네가 그를 사랑한들, 그가 너를 사랑하지 않은들, 그게 너희 운명에 무슨 관계가 있겠니.]
"나의 영주는 선택받은 이니까, 퀼레보른. 그는 달라. 내게 함부로 말하지 마라."
[웃기는구나. 어찌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가 너를 위해 너와 함께 너희의 샘을 함께 걸으며 영원히 지켜주리라 생각하는 거니.]
"네 말대로, 애정과 상관없이 그러리라 맹세한 그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네 사랑에 네 눈이 멀었구나, 오비완.]
인간으로 화한 정령은 잠시 오두마니 앉아 우물 아래서 울리는 물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흐린 새벽달이 푸르른 미명속으로 녹아들고, 흠씬 젖은 금발이 머금었던 물기를 한 방울 툭- 하고 다시 떨구었을 때에야 그는 소스라치듯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진 안뜰을 등졌다. 서둘러 걸친 로브 자락이 불안하게 흐트러진 위에, 퀼레보른의 마지막 속삭임이 방울지고 있었다.
[그러니, 한때 정결했던 운디네여. 너의 영주가 겟슈를 범하기 전에 네가 먼저 그를 깊은 잠으로 이끌어주렴. 그 선택받은 영혼을 네 손으로 거둬주렴. 그러기 위해 빚어진 네 운명일지도 모른단다.]
어둠이 내리는 순간마다, 침묵이 깔리는 순간마다 아나킨은 그 얼굴을 보고, 선고를 들었다.
은은히 비통함을 비추는 엄숙한 얼굴, 너무 늦어버렸노라 중얼거리는 목소리.
다크사이드의 예지라고? 아니야. 그렇지않다. 난 알아.
-포기하고 달아나버려. 그러면 괴롭지 않아도 되지. 실은 그를 증오했잖아.
파드메처럼 속삭이는 아나킨. 이것이야말로 내 안의 다크사이드다. 어쩔 수 없으니까 포기하라 종용하는 소리,
-괜찮을 거야. 아직 파드메가 남아있어. 가장 소중한 그녀가. 그러니까 한 번쯤 더 잃은들 어때. 어차피 약한 것은 죽어나가는 법이다 아나킨. 너보다 약한 제다이 따윈.......
NO! 그렇지않아. 그는 강해. 내가 전혀 강하지않은 곳에서......그는 강해. 그런 그를 부러워하면서도 애써 부인하고, 질시하면서도 사랑했어.
-그럼, 그러니까 여기서 죽어버리라 그래. 네가 영영 손에 넣지못할 강함 같은 건.
안 돼. 그를 사랑해. 친구처럼, 형제처럼, 아버지처럼. 그리고 그 모두를 합친 것 이상으로.
"춥지요.....?"
한계까지 시달린 신경은 괴이하게 뒤틀리고, 사리를 분간하는 이성은 조용히 나락에 가라앉아 희미해진다. 꼭꼭 싸맨 가슴 저 안의 가장 순수한 아나킨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너무 추워요 마스터. 아니, 오비완. 도와줘요. 나를 놔두고가지 말아요.
물어도 대답은 없었다.
호소해도 대답하지 않겠지.
흐느껴도 아무 말 않을거야.
보아주지도, 대답하지도 않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어.
떨면서 조금 핥아올린 귓불이 애틋하도록 보드랍다. 아나킨은 정신없이 그 작은 온화함에 매달렸다.
지난밤, 물에 축인 천으로 수도 없이 그의 신열을 닦아주었던 것처럼 그의 드러난 턱선과 목덜미를 찬찬히 쓸어내려본다. 축축하게 서늘한 피부가 조금씩 품어가는 죽음에, 아나킨은 다시 한 번 전율하였다.
찰스는 있는 힘을 다해 눈길을 뛰어가며 욕설을 내뱉었다. 숨이 턱까지 차 있었지만 절대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벌써 해가 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곳, 독일 검은 숲의 겨울 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빨리 가라앉았고, 그에 비해 찰스의 발걸음은 지독스러운 흰 눈에 묶여 느리기 짝이 없었다. 가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은 음력 13일, 마을 사람들이 말하는 '괴물'이 나타나는 보름이 되기까지는 겨우 이틀만 남아 있었다.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마을 나이슬라흐, 고작해야 삼사십여 호의 가옥이 마을 창고가 있는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선 곳이다. 몇개인가의 가게가 있긴 하지만 거기 없는 물건을 사려면 몇시간이고 숲길을 걸어 읍내까지 가야만 할 정도로 한갓진 마을로, 옥스포드를 졸업한 영국인 학자가 와 있을 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놈의 '괴물 전설'만 아니라면.
'정말입니다.'
독일인들답게 실로 무뚝뚝한 첫인상을 지녔던 마을 사람들은 그러나, 한달간의 여관비를 선불로 지불하고 눌러앉아 싹싹하게 말을 붙여가며 끈질기게 질문을 던져오는 찰스에게 의외로 자세한 설명을 들려 주었다. 이 애교많은 이방인의 붙임성 때문인지 그가 내민 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건 '괴물'에 대한 질문을 듣는 족족 성호를 그으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조심하세요 영국인 양반, 보름 밤이 되면 절대로 돌아다니면 안돼요. 그 날은 외양간 문도 모두 꼭 닫아놓는답니다.'
'괴물'은 보름달이 뜨는 14일부터 16일 사이에 마을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 동안, 아니 사실상 그 앞뒤로 일주일 동안 모든 주민들은 해가 떨어지면 곧장 외양간 문을 걸고 창고를 잠그고 누구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많은 사고가 있었어요. 그 때만은 조심하십시오.'
"들여보내 달라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소리쳐 봤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도 답해오지 않는다. 새삼 덜덜 떨려오는 몸을 양팔로 끌어안으며 찰스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숲 속의 자그만 마을,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이 이렇게 쓸쓸하고 무서워 보인 적은 없다. 이름 그대로 검은 숲에 둘러싸인 건물들의 검은 그림자 사이에 이상하리만치 밝은 달빛만 떨어진다. 달빛, 아마도 괴물이 지금 자신을 본다면 이 밝은 달빛 덕에 아주 쉽게 찾아내고 잡아먹으리라. 공포보다는 추위 때문에 덜덜 떨며 다른 건물 쪽으로 다가가 보려던 찰스는 누군가 그의 어깨를 친 순간 그만 짧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으악!!"
돌아본 곳에 선 큰 그림자를 보았을 때 공포는 순간 경악이 되었지만 그 그림자가 랜턴을 든 남자라는 것을 알아본 뒤부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그렇다, 남자였다. 괴물이 아니라 그저 인간 남자 하나. 차가운 표정으로 찰스를 내려다보는 남자는 꽤 따뜻해 보이는 털가죽 망토를 걸친 등에 뭔가 묵직한 자루와 막대 같은 것을 지고는 랜턴을 들고 서 있었다.
"저기...저......"
잠시 도움을 청하려던 찰스는 곧 이 사람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생각하고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독일어를 할 수는 있었지만 듣기에 비해 말하기는 그다지 능숙하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깊이 당황한 상태라 문장이 잘 떠올라 줄지 의문이었다. 제발 이 사람이 자기 발음을 잘 알아들어 주길 바라면서, 찰스는 필사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도와주세요. 전 여기 사람이 아닙니다. 이 마을에 왔는데, 문이 닫혔고, 너무 늦어서...]
그러면서 최대한 지금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무엇보다도 춥다고. 하지만 남자는 그런 찰스를 차가운 시선으로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불안해진 찰스가 잠깐 남자의 생각을 훑어보려 했지만, 이 쪽을 향한 별다른 적의가 없다는 것, 약간은 찰스를 한심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 외에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제 말 아시겠어요? 도와주세요.]
슬슬 반응없는 남자에게 부아가 났지만, 그래도 찰스는 열과 성을 다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미 밤이고, 마을 사람들은 이제 절대 찰스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을 것이다. 이 남자는 그간 마을에서는 본 적 없는 사람이었지만 아무튼 이렇게 날이 어두워도 멀쩡히 돌아다니는 걸 보면 바로 이 근처에 집이 있는 사람인 것만은 틀림없을 것 아닌가. 그는 찰스의 마지막 희망이었고, 찰스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간절히 손을 내미는 순간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는 상대가 정신병자나 백치가 아닌가 의심하면서도 어떻게든 다시 한 번 매달렸을 것이다.
"정말 못봐 주겠군. 멍청한 짓 그만하고, 여관은 내일 아침까지는 안 열 테니 우리 집에서 묵고 가던가 하시오."
이 곳 사람 특유의 강한 억양이 섞여 있었지만 분명히 매우 유창한 영어였다. 생각지도 못한 모국어에 놀란 찰스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보자, 남자는 그런 찰스를 잠시 응시하다 곧 몸을 휙 돌려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 잠깐! 당신, 영어 해요? 영어 할 줄 알아요?"
남자가 멈춰선다. 하지만 돌아보지는 않았고, 냉정한 목소리가 밤 공기를 뚫고 찰스의 귀에 울려 왔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닐 텐데. 따라오시오. 싫으면 그냥 여기서 밤 새던가."
남자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찰스는 허겁지겁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거 살았군요."
"......"
"성함이 어찌 되시나요? 전 찰스 자비에라고 합니다. 여기 온지는 열흘 쯤 되는데 처음 뵙는 분이군요. 괜찮으시다면-"
"에릭."
남자는 그 한 마디만 뱉고는 그 뒤부터 찰스가 뭘 묻건 무슨 이야기를 하건 모두 무시했다. 분명 말도 못하게 무례한 짓이었지만 그럼에도 어쨌건 도움의 손길인지라, 찰스는 속으로만 투덜거리며 어떻게든 남자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걷다 보니 오히려 숲에 더 가까워졌다. 불안해진 찰스는 남자의 생각을 조심스레 살펴보았고, 그가 집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다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쨌건 살았다. 이 자가 무슨 속셈으로 찰스를 도와주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이 추운 밤을 눈밭에서 얼어죽을까봐 덜덜 떨며 지새지 않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이 아닌가.
이런 순진한 아이 같으니. 잔뜩 몸을 굳히는 에릭을 느끼며 슈미트는 싱긋 웃었다. 나름으로는 인자한 미소였다.
"오해 말거라. 그 인간 나부랭이를 네가 어떻게 대하건 네 마음이니까."
포옹을 풀고 양 손으로 에릭의 머리를 붙든 남자는 여전히 웃으며, 하지만 눈만은 싸늘하게 식힌 채 말을 이어갔다.
"그 인간을 살려서 이 곳에서 내보내고 싶다면 내게 말만 하려무나. 네 애완동물로 갖고 싶다고 해도 난 상관 없다."
곧이어 우득거리는 소리가 집 안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에릭의 눈에 경악과 공포가 한꺼번에 차 올라왔다. 지금은 밤이 아니다. 게다가 보름은 이미 지난지 오래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잘 차려입었던 옷의 솔기가 툭툭 터져나가고 잠시 후, 에릭의 눈앞에는 이제 어린 시절부터 악몽의 주체였던 바로 그 괴물이 서 있었다. 그릉거리는 음성이 간신히 인간 언어의 형태를 띠었다.
"그 예쁜이의 머리에서 뇌수가 터져나가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새파랗게 질린 에릭의 눈앞에서 괴물은 이를 드러내며 선언했다.
"다시는 이 곳을 떠나지 말거라. 넌 내 아이란다."
칼날같은 손톱이 에릭의 머리를 떠나 몸에 와 닿았다. 이를 악문 순간 찢어질 듯한 아픔이 가슴에 느껴졌다. 에릭의 가슴에는 네 줄의 긴 상처가 새겨졌고, 가슴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린 에릭 앞에서 슈미트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온 몸에는 너덜거리는 옷의 잔해가 휘감겨 있었지만, 어깨에 걸쳐뒀던 모피코트만은 바닥에 떨어진 채 무사했다.
그것을 걸친 슈미트는 아무 인사 없이 쓰러진 에릭의 이마에 입맞추고 집 밖으로 나갔고, 예민한 에릭의 귀에는 마차 떠나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하지만 그 뒤로도 한참동안 에릭은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상처 때문이 아니라 깨달음 때문이었다. 찰스의 말대로 슈미트가 원했던 건 어머니의 죽음이 아니고 바로 자신이었다. 또한 지금 클라우스 슈미트와 만나 이야기 함으로, 에릭은 그가 본질적으로 자신과 같은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버렸다.
늑대인간으로서 에릭은 자신의 모든 것을 저주했지만 그럼에도 가슴 깊이 거의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있었다. 늑대는 결코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다. 홀로 온 유럽을 떠돌아다니며 어떻게든 이 곳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불가능했다. 증오스럽기 이를 데 없는 슈미트의 부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타오르는 본능의 외침 같은 것이었다. 모든 것을 공감할 수 있는 이에게 아무것도 숨길 일 없이 함께 눈밭을, 숲을 뛰고 달리며 사냥하고 먹을것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
"찰스..."
나를 이해해 줄 유일무이한 존재, 보호하고 보호받으며 서로를 돌볼 존재, 지금 에릭에게 떠오르는 건 단 한 명의 이름 뿐이었고, 그걸 떠올린 순간 한 가지 진실이 영혼에 와 닿았다. 절대 부정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단 하나의 진실이.
슈미트는 결코 에릭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찰스는 떠날 수 있으리라. 그는 그의 나라로, 집으로 돌아가 다시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그 옆에 자기 자리는 없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슈미트가 그리 놔두질 않을 테니까.
늑대는, 혼자 사는 생물이 아니니까.
* 중요: 성인 인증 관련
성인 인증 방법은 두 가지 중 편하신 쪽으로 취사선택 하시면 됩니다.
1) 예전에 감자밭에서 성인 인증 후 회지 구입하신 분: 구입하신 회지와 닉네임을 간단히 알려주시면 됩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이 어떤 이유로건 '구별'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것이 피부색이건 성별이건 돌연변이 여부건 간에 그들은 모두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국민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자비에 의원님, 범죄를 저지르는 뮤턴트들에 대해 따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뮤턴트만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닙니다. 범죄에 대한 방지책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죠. '함께' 말입니다."
'함께' 라는 말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계속되는 의정활동으로 약간 창백해진 얼굴을 꿋꿋이 들고 답하던 찰스 자비에는 이제 질문은 끝이라는 뜻으로 손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럼에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과 다가오는 마이크를 밀어내며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앞으로 다가가려던 움직임은 풍채 좋은 한 남성에 의해 막혔다.
"의원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질문은 끝났는데요."
짧게 답하며 고개를 든 자비에 의원의 시선이 그 남자의 것과 얽혔다. 묵묵히 자비에를 내려다 보던 남자의 입매가 꾹 눌렸고, 그를 바라보던 의원은 서서히 경악에 찬 얼굴이 되어 입을 벌렸다. 의원이 손을 들어 남자의 어깨를 붙든다. 심상치 않은 기색에 의원 주변의 기자들을 막던 경호원이 고개를 돌려 남자 쪽으로 손을 뻗는다. 남자가 손을 올렸고, 총을 발견한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려 했다. 시간은 끔찍하게 느리게 흘렀고, 의원이 잠깐 숨을 들이키고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총성이 울렸다.
"맙소사, 에릭!"
다가온다. 한 발로 뛰다시피 해서 다가온 에릭의 허벅지에는 엄청난 상처가 나 있다. 일반적인 총상과 다르다. 울컥 피가 솟아나오는 것 보고서야 찰스는 하얗게 질려 손을 내밀었다. 어서, 어서 지혈하지 않으면 저 출혈량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발 다가온 에릭은 그대로 무너져 찰스의 온 몸을 끌어안았다. 남자가 힘겹게 숨을 내쉰다. 단 한 순간 모든 것이 악몽으로 변해버렸는데, 에릭이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막을 수가...찰스, 막을 수가 없어."
"무슨 소리야, 에릭!"
"이 총알, 막을 수가..."
중얼거리던 에릭이 양 팔로 간신히 의자를 짚고 몸을 떼는 순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다시 한번 총성이 울린 것이다. 찰스의 눈앞에서 에릭의 어깨가 붉게 물들었다. 남자의 어깨에 박힌 총알은 몸 안에서 파열되며 큰 상처를 남겼고, 뜨거운 피가 찰스의 얼굴과 몸에 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자를 붙들고 있던 에릭의 팔은 움직이지 않는다. 한쪽 팔은 불가항력으로 인해 아래로 늘어졌지만, 다른 팔은 힘껏 버티고 서서 이름 모를 저격자들의 시야에서 찰스를 가리고 있다.
팔을 뻗었다. 눈을 크게 뜬 채 피투성이가 된 에릭의 몸을 끌어안은 찰스는 그대로 의식을 확장했다. 순간 모든 것이 멎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던 사람들도, 달려가던 사람들도, 손가락으로 에릭 쪽을 가리키며 어딘가 외치던 사람들도, 사방에서 이 쪽을 노리던 저격자들과 총성을 향해 달려가던 경호원들까지도 모두 멈춰섰다. 마치 영화 속의 정지된 장면같은 광경이었지만, 모든것이 멈춰 있는 화면과는 달리 다른 모든 것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분수에서 흩날리는 물방울, 사람들의 머리칼을 스치는 바람, 그리고 찰스의 옷에까지 뜨겁게 번져가는 에릭의 피.
에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해해."
분노에 대해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격노, 폭발, 때로는 하지않을 수 없는 파괴행동. 이제껏 참고 참고 또 관대하게 참아온 찰스로서는 더욱 터트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겠지.
"최악이지?"
"멋진 최악이지."
찰스는 에릭을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에릭 렌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기왕이면 좀더 폭발시켰으면 좋았을 거야. 돌연변이 대표로서 말이지." 찰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양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래, 사실 그래서야."
"......"
"모두 한 마음으로 외치고 있었어. 두려움에 가득차서 말이야. '괴물!'이라고."
"보인다는 건 괴로운 일이군."
에릭은 조용히 찰스의 손에 손을 가져갔다. 손가락 사이에 손가락을 끼우고 조용히 얽는다.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찰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말해주었다. 그가 동의할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 부러 얘기하는 것이다.
"그만두고 싶으면 말만 해. 인간들은 지금의 지위를 누릴 자격이 없어."
"오, 에릭-"
"이전에 얘기했잖아. 그들은 어리석어."
손을 단단히 얽어 온다. 찰스는 눈을 감고 에릭의 체온을 느끼며 숨을 골랐다. 고마운 친구, 언제나 힘들 때마다 악역을 자처해주는 이가 있다는 건 괴롭고도 기쁜 일이다. 그리고 그 유혹을 이겨낼 기회를 동시에 주는 것이다. 이렇듯 늘 기대를 배신하는 이에게.
* 중요: 성인 인증 관련
성인 인증 방법은 편하신 쪽으로 취사선택 하시면 됩니다.
1) 예전에 감자밭에서 성인 인증 후 회지 구입하신 분: 구입하신 회지와 닉네임을 간단히 알려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