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어벤저스 무비 이전부터 이후까지를 다룬 단편집입니다. 옴니버스지만 시간대순으로 배열되어 엔딩이 있습니다.
가격: 권당 4천원
은빛 뱀
토르는 로키가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창백한 낯빛과 기름하고 우아한 손, 특히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초록색 눈동자가 말이다. 처음 그 생각을 떠올렸을 때에는 '내가 미쳤나?' 라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이없어 했지만, 어떻게 다시 생각해도 결론은 늘 같았다. 그런 토르가 전혀 몰랐던 사실은 바로, 로키는 별로 스스로에게 어이없어 하지도 않으면서 토르를 찬란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왔다는 것이었다. 쉴새없이 흔들리고 휘날리는 황금빛 머리카락과 잘 어우러지는 새파란 눈이 그러했다.
그렇듯 너무나 취향이 다른 까닭에 그들은 서로에게 늘 쓸모없는 것들을 선물했다. 로키가 상아와 황금으로 된 책갈피를 토르에게 선사했던 해, 토르는 놋쇠 손잡이에 벽옥이 박힌 무거운 검을 로키에게 주었다. 둘의 생활방식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헛된 선물이었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거침이 없었다.
예컨대, 어느 해인가 황금에 에메랄드를 박아넣은 그 세공품을 본 순간 토르는 눈썹을 찌푸렸다. 투명한 녹색의 보석에서는 명백히 형제의 눈동자를 떠올릴 수 있었지만 주변을 둘러친 금속이 너무 휘황했던 까닭이다. 배색은 분명 형제의 그것이었음에도 말이다.
뱀 모양으로 아름답게 엮인 팔찌에 박힌 커다란 녹색의 보석, 이것이 로키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는데도, 어째서인가 토르는 이 세공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좋지만 뭔가 완전치 않다. 어딘가 만족스럽지 않아.
골똘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 토르의 머리에 번개처럼 답이 번득인 것은 며칠이나 지난 후였다. 황금빛, 그것이 문제였다. 로키가 선호하는 색은 명백히 녹색이었고, 그 몸을 감싼 갑주는 언제나 놋쇠빛이었다. 갑옷을 놋쇠로 만든 것은 아니고, 장식적으로 색을 입히기 위해 얇게 바른 것이었다. 장식이라면 왕자의 신분이니 얼마든지 황금으로 할 수 있는데도 그는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갑옷도 아니고 팔찌를 놋쇠로 만드는 것은 영 마뜩찮은 일이다.
"사실 토르에겐 계획이 있었어."
시프가 세상에서 제일 말하기 싫은 말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입마개를 하고 방금 감방에 갇힌 로키는 당연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시프가 그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는 데에는 어떤 의혹의 여지도 없었다. 그녀는 삼전사와 토르보다는 혀를 잘 놀렸지만, 로키에게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말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말해주기 싫어. 토르도 바라지 않을 테고."
'그럼 말 안 하면 되잖아' 라고 빈정대 주고 싶었지만 입을 열 수 없으니, 대신 그 마음을 듬뿍 담아 쳐다봐 주었다. 최소한 토르만큼 눈치 없지는 않은 시프는 금새 더 불편한 기색이 되어 입을 열었다.
"나, 알아."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던 로키는 그저 시프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시프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내가 이 말을 하게 하다니 토르 이 자식, 나중에 가만 두지 않을테다' 라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둘 사이를 안다고. 토르는 연애 상담을 늘 나한테 했어."
초록색 눈이 휘둥그레졌다. 얼음처럼 굳어 버린 로키의 귀에 시프의 목소리만이 울려왔다.
"토르랑 내가 그렇게 붙어다닌 이유가 그거였어. 토르가 네 맘을 도저히 모르겠다면서 나한테 계속 물어봤거든."
로키의 눈은 이제 한껏 벌어져, 깜박이지 못한 탓에 눈물마저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다. '저 눈빛에 속으면 안돼' 시프는 생각했다. 아마 지금 로키에게 시프는 이 세상에서 제일 말살하고 싶은 생명체 No.1일 것이다. 두번째는 물론 물어볼 것도 없겠지.
"로키, 대관식 날 토르는 네게 청혼할 작정이었어. 몰랐지?"
물론 몰랐다.
"오딘께서 토르의 왕위를 선포하고 나면 곧장 네 앞에 무릎 꿇고 청혼할 계획이었어. 그런데 망쳤지."
'바로 네가.' 시프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흥분해서는 요툰헤임으로 쳐들어 가는 바람에 네게 정식 청혼조차 못하고 지구로 추방됐어. 게다가 너, 지구로 떨어진 토르에게 중간에 한번 찾아가서는 오딘께서 돌아가셨다고 거짓말 했다며? 영원한 추방령이 내려졌다고 말야."
시프는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 때 토르는 완전히 풀이 죽었어."
"음? 왠일이야 몸짱씨?"
토니 스타크는 선글라스를 내리고 토르가 내민 맥북을 바라보았다. 그 위로, 토르의 신적이고 지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로키가 지난 10일간 사용한 맥북이오."
"...그래서? 로그 분석이라도 해달라고?"
토니가 휘파람을 휙 불었다.
"순록 양반의 사생활이라, 난 뭐 나쁠 거 없는데 말야, 몸짱형님."
"...뭐요, 그 눈빛"
"헤이, 세상에는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있어. 적어도 지구엔."
토르의 눈빛이 일그러졌다. 동생을 걱정하는 형의 눈빛이기에 앞서 우리 애가 어디 가서 혹시 생생도 못할 사고를 치고 있는게 아닌가 불안해 하는 학부모의 눈빛에 가까웠다. 그의 굳건한 손이 토니의 멱살 대신 묠니르를 들어올렸고, 토니 스타크는 이 홀의 전자기기들이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를 곧 깨달았다.
"잠깐!"
알았어, 하면 될 거 아냐! 속으로 역정을 내며 토니는 맥북을 열었다. 이전부터 은근히 추진하고 있던 아스가르드 방문 허락이나 얻어낼까 했는데 저렇게 금방이라도 번개를 번쩍일 태세라서야 원;
"알겠어, 좀만 기다려."
"고맙다, 지구인!"
고맙긴 개뿔이! 입속으로만 욕설을 중얼거리며 토니는 맥북을 열었다. 물론 암호창이 떴고, 그는 피식 웃으며 새끼손톱만한 토니 스타크 전용 포터블 외장하드를 꺼내 맥북에 부착했다.
"사슴씨도 머리를 좀 굴렸구만. 24비트 암호라... 볼까?"
핸드폰을 꺼내 터치 디스플레이를 열고 전용앱을 켠다. 정확히 5초 후, 맥북 암호화면이 사라졌다.
"대단하군."
"아니 뭘 또, 5초나 걸리다니 일종의 굴욕인걸."
토니는 곧장 맥북 쪽으로 손가락을 옮겨 외장하드 내의 프로그램들을 불러냈다.
"인터넷 기록, 다운로드 파일들, 그리고 어디 보자...와우."
단숨에 인터넷 페이지들이 펼쳐졌다.
"주식...음? 순록 양반 주식 좀 하나봐? 헐, 환거래까지 하고 있군. 재무쪽으로 들이파다니, 재무관리사 면허라도 따려는 건가? 그거라면 내가 컨설팅..."
토니의 말이 뚝 멎는다. 바로 옆에서 화면을 들여다 보던 토르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이지? 왜 그러는 건데? 우리 로키가 또 뭔가-"
"잠깐만. 이거... 이거 국방부 페이진데."
토니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메일을 불러내고, 해당 이메일 서버를 해킹하기 시작했다. 대개 일반인들은 이럴 때 엔지니어들이 뭘 하는지 조금도 모르는 법이다. 검은 화면에서 프로그램들이 신나게 돌아가는 도중, 토르는 로키에게 온 메일 중 상당수가 기묘한 제목을 달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별풍선 보냈어요' '님의 노예가 되고 싶어요'
"잠깐, 저건 뭐지."
손가락을 들어 그것을 가리키려 했으나, 이미 로그 분석에 정신이 없는 토니는 그걸 쳐내 버렸다.
"미안 형씨, 사슴양반이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아서."
"잠깐, 스타크. 이건 중요한 문제야."
"내 쪽이 더 중요해."
토니가 현란하게 다루고 있는 창들 사이에서, 그 이메일 제목들은 가끔 가려졌다가 다시 드러났다. '지배자 님 최고에요' '님 목소리만 들으면 쌀 것 같아요.' 몇몇 메일의 제목엔 '타고난 지배자님'이라는 이상한 이름들이 보였다. 하나같이 찬사를 보내며 '별풍'이나 '별풍선'이라는 이상한 것을 보냈다는 증언들이 이어졌다.
신청을 받아 책을 추가로 더 찍게 되었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신청 남겨주시면 일주일간 수량을 모아서 프린트매니아에 의뢰한 후 나오자마자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좌 번호: 839202 04 139865 국민은행 유지은
통판 절차 : 구매자 여러분들께서는 다음의 정보를 비밀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입금액/입금주명
2) 주소+우편번호
3) 요청책 제목/권수
4) 발송정보를 받으실 이메일 주소
을 올려주시면 입금 확인 후 배송해 드립니다. 입금 확인 덧글은 꼭 달아드리고 있사오니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