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Pisces (파이시즈도 좋고 피스케스도 좋습니다 내키시는대로.)
사양 : 소설, 신국판, 삽화 있음, 약 100P 내외 분량의 DP본 예정. 레드존 회지입니다.
내용 : 건담 더블오의 패러렐 월드, 혹은 AU, 마이스터즈 중심, 커플링은 디란디즈, 그런데 세느님.(응?;)
행사 : 제 7회 서드 플레이스, 8월 29일~30일 양일 참가.
글, 표지, 삽화: 리린
가격 : 5000원
Pisces에서의 마이스터즈 간략 소개, 그리고 본문 샘플입니다
세츠나, 혹은 소란 이브라힘. 남방의 사막에서 온 저주받은 검사(劍士). 사막 최대의 유목 부족 쿠르디스 출신. 사악한 숙부 사셰스가 어린 그에게 건 주술로 인해 부족의 수장이었던 생부와 생모를 살해하고 그로 인해 샤먼에게 ‘너는 파괴하는 자, 아무도 구하지 못하리’란 저주를 받는다. 셀레스티얼 빙의 무력개입은 파괴로써 얻는 무엇을 상정한 방식이므로 세츠나는 그에 열렬한 공감과 헌신을 바치고 있다. 록온의 고향 에린을 짓밟은 범인이기도 한 사셰스와 숙질 관계임이 밝혀져 하마터면 격앙한 록온의 화살을 맞을 뻔하기도. 흑마법 결사 트리니티를 움직이던 로드 알레한드로 코너를 물리치고, 제국동맹의 수석기사 그레이엄 에이커와 일촉즉발의 결투를 경험하며 전사로써 여러 단계를 단번에 훌쩍 넘어 성장했다. <태양의 심장>이 박힌 마검 엑시아의 주인이자 셀레스티얼 빙 최연소 마이스터, 황도 12궁 최초의 성좌이자 전사와 개척자의 별자리인 백양궁(白羊宮) 태생.
록온 스트라토스, 서방의 끝 ‘닫힌 숲’에서 온 호수의 궁수이며 셀레스티얼 빙 최연장 마이스터. 호수의 여왕이라 불리운 어머니로부터 먼 조상의 정령 혈통을 받았다. 그와 그의 쌍둥이를 둘러싼 일련의 현상은 이 핏줄의 의외성 탓이 크다. 그것외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 그자체인 인간. 셀레스티얼 빙에 참가한 동기는, 친족의 유혈을 통해 마물로 화한 사셰스가 록온의 고향과 가족에 행한 학살 사건이다. 태양의 심장을 박아넣은 마궁 뒤나미스의 주인이자 12궁 최후의 성좌 쌍어궁(雙魚宮) 태생.
알렐루야 합티즘, 대륙 북방의 깊은 삼림과 초원을 누비던 야수 전사. 북부왕국의 마법 연구기관이 난민 어린이들을 상대로 행한 저주받을 마법 실험으로 야수 전사가 되었다. 마물의 생체기관을 이식 당했으며 이때의 고통스런 경험으로 부인격 ‘할렐루야’가 생겼다. 탈출해 숲을 전전하다 셀레스티얼 빙에 포섭. <태양의 심장>을 부여받은 마이스터가 되다. 미션 중 예의 마법기관을 습격, 연구자는 물론 어린 실험체들까지 말살해버린다. 이는 그의 생존본능이 내린 판단이었고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이후의 그에게 마이스터로써 확실한 참여동기가 된다. 독립과 본능에 충실한 자유분방한 삶에 끌리는 야수적 성향을 누르고 세계의 왜곡을 친다는 대의에 좀 더 충실해진 것. 부인격에 대한 주인격의 우위가 사건 이후 점점 더 공고해졌다. 북방의 삼림에는 그와 같은 처지의 여성 생존자이자 반려인 마리 파파시가 언젠가 돌아오리라 믿고 그를 기다리고 있다. 태양의 심장이 박힌 마병 ‘퀴리오스’의 주인. 단, 그의 병기는 외부 유닛이 아니라 몸속에 이식된 보조 유닛의 형태다. 먼저 이식된 기관들의 효율적 제어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 납치 이전 기억이 없는 그의 생년일은 확실하지 않다.
티에리아 아데, 동방에서 온 강력한 법술사, 최초의 마이스터. 베다가 길러낸 계획의 충실한 이행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네 <태양의 심장>으로 세계를 왜곡하는 자들에게 무력개입 할 것이다. 또한 다섯 번째 태양의 심장을 찾아낼 것이며, 그 ‘열쇠’와의 ‘대화’로 세계의 미래를 열리라.” 쇠하지 않는 미모의 소유자, 그 혈통의 비밀은 정신계 에테르 정령과 인간의 혼혈이다. 일곱 명의 ‘형제’들, 계획의 또다른 이행자인 <이노베이드>가 있다. 수장 리본즈 아르마크가 독단에 치닫자, 티에리아는 자신을 최강의 법술사로 만들어주던 정신계 감응 능력마저 봉인한 채 형제들과 싸웠다. 이때 심각한 정체성 혼란으로 좌초해있던 그를 추슬러 일으킨 것이 록온 스트라토스다. 동료에 기대어 재기한 티에리아는 한층 성숙해졌고 법술로 겨루어 티에리아에게 무릎 꿇은 ‘가장 가까운 형제’ 리제네의 조력에 리본즈를 봉쇄하는 데 성공하나 그 댓가로 육신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작금의 티에리아는 하루의 절반을 잠든 채 지낸다. 육체가 잠들었을 때도 종종 정신체의 현현, 정령의 형태로 나타나며 <심장>의 압도적 마력에 힘입어 거의 실체에 가까운 모습을 피로하고 있다. 태양의 심장이 하나, 마력의 별이 두 개나 박힌 희대의 완드, 마병 ‘버체’의 주인이며 사수궁(射手宮)의 마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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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목성의 수호가 돌아온 때, 쌍어궁 아래서 쌍둥이가 태어났어. 아다시피 쌍어궁은 머리방향이 반대인 두 마리의 물고기.”
로브의 미소년, 티에리아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점성술은 법술사의 기본 소양이기도 했으므로 그도 이 방면으로 리제네 못지않은 지식을 쌓고있었던 것이다. 실은 차가운 미모 아래서 제법 뜨억한 당혹함을 느끼고 있거나 말거나 리제네의 설명은 유수같이 흘러나왔다.
“한 마리가 <떠나는 길>이라면 다른 한 마리는 <돌아오는 길>, 한 마리의 상징이 <과거>라면 다른 한 마리는 <미래>, 하나가 <주기의 끝>이라면 다른 하나는 <주기의 시작>. 이게 무슨 의미인줄 알아?”
짐승의 옷을 입은 청년, 알렐루야가 낮게 침음성을 흘렸다. 성장내력상 점성술같은 걸 공부했을 리 없는 그지만 날카로운 육감과 총명한 두뇌가 작동하며 내놓은 답은 하나였고, 리제네가 만면의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그 답을 보증했다.
“한 번 갈라졌다면, 두 번 다시 만나선 안 될 운명의 쌍둥이.”
“록온, 그는-”
“아, 알고있어.”
반은 조롱하듯이 뇌까린 리제네가 아니라, 초조함을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자신을 호명한 티에리아를 향해 록온이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긍정했다. 알고 있노라고.
“고향의 무녀도 그랬었지. 내가 떠나면 이후 두 번 다시 만나선 안 된다고.”
“알고 있다면, 당장 돌려보내십시오.”
티에리아의 시선이 슬몃 이층을 향했다. 일행의 객실에서 지금쯤 곤히 잠들어있을 누군가를 향해.
몇 시간 전, '그'와 맞닥뜨렸을 때의 몸서리쳐지는 충격이 아직 생생했다. 그리고 하필 에린의 땅에서 태어난 쌍어궁의 쌍둥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티에리아가 알기로 단 하나였다. 만나선 안 될 자들의 만남이란 어느 한 쪽의 소멸을 뜻했다. <한 주기의 끝>과 <주기의 시작>. 자신들은 지금 눈앞의 이 록온과 같은 주기를 달려왔지 않은가, 즉-
“그저 가정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겁나나?”
“록온.”
사뭇 재밌어하는 록온의 가벼운 어조와 그때 처음 입을 연 갑주입은 소년의 진중한 부름이 교차했다.
“별의 궤도는 곧 하늘의 법리다. 그리고 천체의 대리자, 베다의 법리와 예지를 따라 세계를 바꾸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우리들 천상인, 셀레스티얼 빙이다. 잊었나?”
“세츠나,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의 의지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기도 해.”
청년의 부드러운 단언은 그러나 세츠나라 불린 소년의 침중한 제지보다 몇 배는 더 단단하고 가차없는 견고함을 지니고 있었다.
“경고를 무시할 셈인가.”
“글쎄........ 세츠나.”
록온이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낮에 '그'를 만났을 때 누구보다 새파랗게 질려 얼어붙었던 것이 거짓말인 양, 지금 록온 스트라토스는 멀쩡해보였다. 마치 일련의 판단을 모두 마치고 각오를 정한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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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지독히도 말없는 소년이 가타부타 대답없이 서있기만 했고 알렐루야는 가볍게 한숨쉬었다. 셀레스티얼 빙, 세계를 왜곡하는 힘과 싸우는 자들. 애매하고 추상적인 목표를 놓고도 이 개성 넘치는 일행을 <계획> 마지막 단계 직전까지 이끌고 온 것은 실질적 리더인 그 최연장자의 공이래도 좋았다. 말없고 무모한 세츠나를 빈틈없이 백업하고 사문의 배신으로 정신적 위기에 몰렸던 티에리아를 다독이고 알렐루야 자신의 특수한 사정을 배려해가며 그가 일행을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 그리고 하필 그의 숙적을 앞에 두고 이번 일이 터진 것이다. 어느 한 쪽의 소멸을 예언하는 불길하기 짝이 없는 만남이.
“세츠나,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의 참언(讖言)을 청하는 게 어떨까. 그녀의 제언이라면 록온도 따르겠지.”
“프톨레마이오스까지는 너무 멀다. 그리고, 듣지 않을거야.”
“어째서 단언하는거지? 해보지 않고선 몰라.”
“나오기 전, 이층에 잠시 올라갔었다.”
“록온이나 '그'와 대화해봤어?”
“아니. 접근조차 하지 못했어.”
“거부했다고?”
“뒤나미스 풀실드가 전개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알렐루야가 할 말을 잃었다. 마궁 뒤나미스가 펼치는 가장 강력한 마력방어막이 그 객실 전체를 감싸안고 세츠나, 아니 동료 모두의 접근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정도였을까, 록온에게 '그'의 존재는?
“아마, 거부가 아니라.......”
그러고보니 세츠나치고는 말이 많다. 대화하며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모양이라고 짐작한 알렐루야가 말없이 이어질 그의 판단을 기다렸고, 트리니티 로드 코너와의 대전투 이후 눈에 띄게 성장한 최연소 마이스터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보호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보호라니....? 설마, 그의 형제를 우리로부터?!”
“.....타당한 대처라 본다.”
“세츠나!”
건틀릿을 빈틈없이 착용한 소년의 손이 습관처럼 그의 마검, 엑시아의 폼멜을 쓰다듬었다. 주인의 손길에 반응하듯 점멸한 <태양의 심장>이 비춘 푸른 빛에 드러난 세츠나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우리는 셀레스티얼 빙의 마이스터다. 왜곡과 싸우고, <태양의 심장>을 지키며, <대화>를 기다리는 자들.”
“그걸 위해서라면.......?”
“그 마이스터의 건재와 수호를 위해서라면, 알렐루야 합티즘 너는 다른가?”
“.......너무 과격하잖아. 그는 아직 록온에게 아무것도-”
“각오의 이야기였다.”
사막에서 온 소년은 몸을 휙 돌려 본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만약의 일이 생긴다면 빠져있어라, 알렐루야. 내키지 않아하는 너에게까지 각오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
“됐어. 나도 마이스터야..... 우린 혼자가 아니라고.”
피를 묻힐 때는 모두가 함께지, 그게 누구의 피이든.
알렐루야는 쓴웃음을 지으며 세츠나를 따랐다.
- 할렐루야, 듣고있니? 저 세츠나가 지금 나를 서투르나마 배려했다. 이 변화에 이르기까지 이 녀석을 이끌어오고, 보살핀 게 다름아닌 록온인데 지금 세츠나는 어쩌면 그의 반신을 죽일지도 모르겠노라 각오를 다지고 있어. 대답해봐, 이것도 우리들의 업보일까?
머릿속, 아니 어쩌면 양심의 저편에 살고있을 알렐루야의 반신은 신랄한 비웃음으로 대꾸를 대신했다.
- 상냥하신 알렐루야, 오늘 몫의 네 양심은 챙겼으니 저 꼬맹이가 그 허여멀건한 놈을 반쪽내든 찢어발기든 닥치고 묵인이나 해줘, 너 역시 처음부터 그러리라고 생각했잖아?
할렐루야의 추궁에 알렐루야의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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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리아의 목소리는 속삭이듯 낮아져있었고, 리제네에게가 아니라 티에리아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는 괜찮아, 불길한 징조는 피하거나 넘어서면 된다, 그렇게 해낼 거라고.
“보기좋게 익은 과일을 갈라보면 때때로 속이 문드러진 것들이 있지. 어린애가 아니라면서 인간에 대해 확신하듯 말하다니, 너도 아직 멀었구나.”
“그만해라.”
“슬슬 인정해. 저 <록온>에게 주어진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는 걸. 그를 대체할 자가 나타난 걸 보면 몰라? 너도 낮에 들었잖아. 분명 에린의 바다를 지배하는 위대한 요정왕 마나난의 수호라고 했어. 밖에서 들어갈수도, 안에서 나올수도 없는 결계를 발동하고 떠났는데도 저 반쪽짜리 인간이 그걸 넘어서 찾아온거라고. 이게 보통 징조같니?”
“되돌려 보내면 된다. 다시 한 번 봉인할 수 있어.”
“그럴 바엔 차라리 죽여서 지워버리란 거야. 그게 더 확실하지. 하나였던 둘이므로, 그의 생명은 <록온>의 생명으로 되돌아갈 뿐.”
“무슨 소릴! 그는 별개의 지성을 가진 별개의 인간이다.”
“과연 그럴까?”
리제네는 가끔 궁금해질 때가 있었다. 마력을 궁구하며 인간계 힘의 균형을 결정하는 이노베이드로 태어나고 자란 자신과 어렸을 적 인간들 틈바구니에 맡겨져 성장한 티에리아의 근본적 차이 몇 가지가.
“너, 지금까지 저 약아빠진 <록온>이 제 형제를 뭐라 불러왔는지 알아?”
“.......!!!”
지금 깨달은 척 놀라기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콧방귀를 뀐 리제네가 나긋한 말씨로 계속 얘기했다.
“나의 동생, 그, 그게 다야.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고.”
“그가, 이름조차 없는 존재란 건가?”
“왜 이래, 눈치챘으니까 계속 고민한거잖아? 같이 태어났으나 이름조차 받지 못한 존재란 별개의 인간이 아냐. '속해있는 존재'라고. 없애버리면 그 정수는 주인에게 돌아가겠지.”
“아니야!”
“뭐가 아니란 거야? 아하, 넌 그러고 싶지 않다고? 왜? <록온>의 증오를 받는 게 두려워서?”
굳게 입을 다물어버리는 티에리아를 지그시 응시하며, 리제네는 속으로 비웃었다.
유치한 이노베이드에 머무른 나와, 하루하루 인간적 성장을 해간다는 티에리아. 너와 나의 차이란 바로 이거야.
- 나는 위악을, 너는 위선을 곧잘 덧입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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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하면 되겠어?”
“잘 알잖아.”
닐의 손가락이 제것과 똑같은 갈색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파고들어 쓰다듬었다. 10년전 닐 디란디가 속해있던 세상이 잿더미로 화하고 홀로 남은 닐을 지탱해온 것은 이 존재였다. 아름답고 평화롭던 시절의 흔적이자 자신이 완전히 고독하지 않다는 증거. 다만 존재하고 있음으로 족한, 이름조차 필요없던 자신의 그림자인 동시에 타인의 체온말이다. 어느쪽이 먼저 손을 내밀었는가는 기억하지 못한다. 거의 동시에 상대를 원했고 본능처럼 하나가 되고자 했다. 금기를 범한다는 인식은 흐릿하기만 했다. 눈앞의 존재는 금기가 금기로써 온전해질 조건마저 결여한 존재였으므로.
녀석을 끌어안고 있는 동안만, 둘의 경계마저 흐려질만큼 서로를 열정적으로 안아 흐트러진 그 순간만 잊을 수 있었다. 잃은 것들, 살해당한 자들, 파괴된 시간을.
지금 여기까지와서 너를 한 번 더 안으면, 너에게 나를 던지면, 나는 다시 모든 것을 잊고 네게 웃어줄 수 있을까? 닐은 답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기대온 몸을 천천히 마주 안았다. 알고있음에도 그를 허락하는 감정은 치졸한만큼 진실했기 때문이었다.
“내 안에 들어오고 싶어?”
나직한 닐의 물음에, 약간 샐쭉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이 지독히 어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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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이 뒤돌아서 손을 뻗어 동생의 머리칼이며 이마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애정과, 안타까움과, 표현못할 복잡한 감정을 뒤섞어 담은 채로.
“너도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 그건 그렇고, 내 갑주를 입혀주지 않겠니?”
“...........내가........?”
“.....닦아냈어도 너에겐 여기 묻었던 혈흔들이 보이겠지. 피투성이 갑주에 손대기가 싫겠지만, 난 그걸 바래.”
“...........형이 원한다.....”
“일단, 내가 지금 잔뜩 긴장한 흥분상태라 제대로 꼼꼼하게 갖춰입을 정신머리가 있을지 모르겠고.”
싸우는 자로 살아 온 세월이 얼마던가. 거의 몸이 기억하고 있을 절차다. 턱도 없는 구실을 먼저 입에 올린 닐이 곤란한 미소를 띤 채 뒷통수를 긁었다.
“어머니의 수호부적을 네게 줬으니까 네 손이 영험하지 않을까도 싶고,”
평소 대범하게 굴던 영력의 효과니 뭐니를 우스개처럼 들먹인 그가 고개를 숙여 침대에 앉은 동생의 이마에 키스했다.
“실은, 그저 네 손길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그래.”
이 얼마나 달콤한,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요구인가. 키스를 받으며 <닐에게 속한 자>는 생각했다.
형은 비겁하고 동생은 무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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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의 궤도가 말해주는 것은 너무나 간명한 것이라, 보고도 끝까지 인정치 않는 티에리아나 예감하면서도 저어하는 세츠나, 짐작했으면서도 결국 막지는 못한 알렐루야들의 어설픈 자기기만이란 어리석음을 넘어 우스울 지경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꿰뚫고도 더럭 받아들인 록온의 어리석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다만, 우습지는 않다. 목숨의 가치를 헤아리는 행위 자체를 넘어선 곳에서 서걱이며 록온 자신을 몰아붙이는 음울한 의지는 바로 어리석기 때문에 소름끼치는 그 무엇에 가깝다. 아마 리제네 자신이 그것을 이해할 날은 영영 없겠지만. 티에리아와 자신의 차이는 여기서도 선명했다. 아마도 티에리아는 그것을 언젠가 이해하고 싶을테고 자신은 눈꼽만치도 이해하고 싶지 않다는 차이.
뭐, 아무려면 어떤가. 록온 스트라토스가 저쪽으로 넘어간 이상, 운명은 궤도대로 움직여 갈 것이다. 물고기 자리의 두 물고기는 주어진 속성을 따라 시간을 헤엄칠 것이며, 마침내는 타고난 별자리 최대의 숙명을 이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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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두 번째 아이다. 그 혼자만으로도 비할 바 없이 완성된 그의 형이 존재한 다음에서야 그가 있다. 그런 건 ‘형제’로써 그들이 존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알고있노라 생각했는데, 진정한 의미를 받아들인 건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린 뒤였다. 아, ‘받아들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자연이 부여한 순서는 어쩌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미의 태에서 나오는 순간 맹렬히 울어제끼며 양수를 대신한 차고 예리한 공기와의 만남과 ‘싸웠던’ 게 자신일 수도 있었다. 혹은 ‘밖’을 피해 태어났으되 태어나지 않은 형태를 취하며 유예의 품으로 다시 달아난 것이 닐일 수도 있었다. 닐은 씨웠으므로 형이 되었고 자신은 달아났기에 형이 아니라 ‘두 번째’다. 이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란 반영구적 패배 선언과 별 다르지 않음을 비로소 ‘제대로’ 알았다. 뼛속 깊이, 머리털이 곤두서고 이가 떨리도록. 이제는 더 이상 달아날 데가 없었다. 형의 피투성이 손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 일찍이 패배한 스스로의 그림자를.
<동생>은 자신에게 미처 닿지 못하고 바닥에 구겨서 널부러진 형의 ‘잔해’를 향해 발걸음을 떼놓았다. 바람은 굳고 시간은 멎었다. 아직 마지막 숨이 남은 그의 형은, 일시에 멀어버린 오른 시선을 멍하니 이쪽에 고정시킨 채 뭔가를 말하려 애를 썼다.느닷없이 팽개쳐지듯 맞닥뜨린 현실이란 놈의 실감은 차라리 신선하기까지 하였고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눈앞의 ‘형’이 실은 타인임을 깨닫는다. 그의 피, 그의 상처, 그의 감정, 그의 진실, 무엇 하나에도 닿지 않는 거리를 생생하게 느끼면서.
‘형’ 곁에 주저앉아 손을 뻗었으나 제대로 붙잡을 수 없었다. 자신이 입혀준 형의 녹빛 갑주에마저 퍼져오른 독기가 역한 피냄새를 풍겼고, 풀실드의 방어장이 그 ‘유독함’으로부터 자신을 충실히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의 발치에 함께 널부러진 마궁의 한가운데서 박동치는 <심장>은 형이 아닌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똑바로 지옥의 독무를 향해 같은 독기를 품고 짓쳐 뛰어든 닐 디란디 대신, 그를 대리할 새로운 록온 스트라토스를 말이다.
-어떤 말을 해야.......
알 리가 없었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가슴은 마비되다시피 한 감정의 갈래 사이에 우두커니 굳어있을 뿐이고 머릿속엔 혼돈만이 그득하다. 이것이었나? 자신을 형에게 이끈 하늘의 필연이란 이 순간을 위함이었나? 형의, 닐 디란디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가져와버릴 이 순간을?
닐의 왼쪽 눈에 빛이 어렸다. 멀어버린 오른 쪽 눈에 차오른 핏덩이와, 끓어오르는 독기와, 목전까지 받힌 죽음과 싸우느라 핏기 한 점 없이 푸르스름하게 질린 얼굴에 담긴 고통을 기어이 비틀어 보이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라일(Lyle).”
둔한 충격이 머릿속을 갈랐다. 쉬어빠진, 신음과도 같은 단어 하나가 품은 것은 그저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라일, 그래..... 너는 라일이야. 나의..... 녹색 섬. 돌아가고 싶었던, 나의......”
티에리아의 절규가 들린다.
알렐루야의 고함도 들렸다.
세츠나가 록온 스트라토스의 이름을 울부짖듯 외쳤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팔에 세차게 떼밀려 엎어진 그대로 <라일>은 눈을 감았다. 몇 가지 창백한 비전이 눈꺼풀 안을 물들이는 가운데,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애써 ‘이해’하고 있었다.
형은 죽지 않을 것이다. 오른쪽 눈을 가린 채 잠들어 있는 비전을 보았다. 결코 남이 깨울 수 없는 깊은 잠을 자는 것일 뿐.
묘하게 생긴 활을 들고, 형과 같은 차림으로 형의 동료들과 숲을 걷는 자신을 보았다. 그러나 자신은 ‘라일 디란디’일 것이다. 록온 스트라토스가 아니라.아, 그리고 떠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푸르른 우리들의 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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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장수령은 일요일 오후 2시가 마감입니다. 안 찾아가시면 현매로 돌립니다. 부득이한 사정있으시면 미리 귀뜸요~
6. 빠듯한 부수로 찍어낼 예정이므로 [통판]은 전량 [예약/선입금] 형식으로 처리하고자 합니다. 9월 첫째주에 발송이고요.
7. [통판]하실 분은 [비밀댓글] 체크하시고, 이메일주소or홈or블로그주소, 입금자 이름, 구입부수, (우편번호 표기)받는 주소를 써주시기 바랍니다. 회지가격 5000원+등기우송료 3000원을(2부 구입까지 3000원, 3부 구입부터 권당 500원 추가) 입금계좌 KB은행 277-24-0035-373 예금주 박*연 앞으로 보내심 됩니다. 입금 마감은 8월 28일 밤 11시 입니다. 마감넘겨서 입금확인이 되지않은 분량은 자동으로 예약취소되고 행사당일 현매로 돌립니다.
8. 예약마감은 8월 26일 0시 입니다(현장수령, 통판 모두 해당) 그리고 예약[통판->현장수령]이나 [현장수령->통판]등 변동 사항이 있으면 이 포스팅 댓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