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Victorian Age
사양 : 소설. A5. 106p. DP. 19금.
내용 : 건담 더블오. 커플링 그라닐. 19세기 영국의 두 사람.
글 : 황금숲토끼 &난나, 리린
삽화 : 없음
가격 : 5,500원
카피본이 될 확률이 현재 제작 속도로 보아 매우 높으므로 예약을 받습니다.
예약 안 하신 분들도 현매분은 사 가실 수 있습니다만, 통판으로 사실 분들의 경우 이 포스팅에 덧글을 남겨주시면
고려하여 권수를 정할 예정입니다.
견본 텍스트
1. 난나&황금숲토끼
la Romance de Londres
1.
"이상한 거 넣지마!"
"넣지 않는다!"
세츠나...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이름, 최근 들었던 이름이다. 아, 그렇지, 사창가의 그 청년...닐 디란디와 함께 지내는 소년의 이름이었군. 그라함은 찬찬히 하나 하나 두뇌를 깨우듯 기억을 떠올리다 문득, 자신이 그 닐 디란디의 방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소스라치며 눈을 떴다. 아니, 분명 자신은 놈의 끄나풀을 미행 중이었는데?!
"어이 형씨, 몸은 어때요?"
눈을 뜨자, 정말로 그 초록색 눈의 청년이, 닐이 그라함을 내려다보고 있다.
"어떻..게..."
"아놔, 이거봐요, 구해준 사람에게 그 정도 말밖에 못해요? 이래서 경찰들이란"
"난...용의자를..."
"난 그런거 모르니까, 입 닥치고 이거나 마셔요. 그리고 감사한 줄 알아요. 왠 괴한들이 당신을 후드려패길래 냅다 소리를 질렀단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예전에 신세진 것만 아니었다면 못본척 했을 겁니다."
'어차피 이 거리에서 그런 일이 한두번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라고 중얼거리는 뒷말보다도, 무뚝뚝한 얼굴의 세츠나라는 이름의 소년이 가져온 컵을 이 쪽으로 내미는 손보다도, 이 청년이 어쩌면 청년까지도 해를 입을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구했다는 데 놀라, 그라함은 멍하니 닐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2.
호피가 깔려있는 응접실의 호화로운 벽난로 앞에 서 있던 그라함은 홀로 이어지는 입구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담담한 표정의 집사가 앞서 들어오고, 얼핏 봐도 최고급 양복점의 '작품' 임에 틀림없는 검은 정장으로 늘씬한 몸을 딱 맞게 감싼 닐이 그 뒤에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 별로 당신하고 할 이야기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있네."
"...... 아니, 별로 들을 이야기도 없어."
"그건 들어봐야 알 일이지. 보통은 그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만, 자넨 지금 시간 남아돌잖나?"
"......"
말없이 그를 쏘아보던 닐이, 한숨과 함께 쓴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돌렸다.
"잠시 정원에서 산책이나 하고 들어오겠습니다."
"12시까지 점심 식사가 준비될 겁니다."
"그러시던지요."
그리고 닐은 그라함에게 슬쩍 턱짓을 하고 앞서 걸어나갔다. 현관문을 닫으러 나오는 집사 외의 고용인들은 그 자리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2. 리린의 텍스트 샘플(죄송합니다, Daydream아닙니다ㅠㅠ 단편으로 교체했습니다;)
“신분은 넘어설 수 없는 벽 따위가 아니네.”
그레이엄 에이커는 일단 신사였다.
눈앞에서 이 지방 특산 맥주를 펑펑 부으며 실연의 아픔을 호소하는 친우에게 대놓고 <바로 그 벽에 가로막혀 채인 주제에 이제 와 무슨 북을 두드리는 겐가>라고 일침을 놓기엔, 오랫동안 교육을 통해 그에게 배양된 품성과 도리가 신사의 그것인지라 ‘일단’ 참아야 했다는 소리다. 또한, 이 친구의 넘쳐나는 문학적 소양을 떠올릴제 저 한 마디는 이어지는 더 깊고도 비극적 한 마디를 위한 운띄우기일 가능성도 다대했다.
“한 개인의 힘으로 헤엄쳐 건널 수 없는 바다에 가까우이.”
과연.
일취월장한 자신의 감에 심심한 자찬을 던지고, <도버 해협 쯤은 얼마든지 헤엄쳐 건널 수 있는 바다이지 않으냐> 되받고 싶은 충동에 약 10여초 갈등한 뒤 그것도 참았다. 제법 오래된 교제로 축적된 데이터에 걸고 장담할 수 있거니와, 알콜과 실연의 연쇄반응은 둘만의 반응으로 두는 편이 가장 뒷탈이 적은 법. 쓸데없는 개입은 그것의 성분이 무엇이든 촉매 역할을 수행한다. 해서 아무 대꾸없이 고개나 끄덕거리며 묵묵히 술을 붓고, 붓고, 또 부어만 주는 그레이엄 에이커였다.
그가 미처 몰랐던 한 가지는 어떤 종류의 섬세한 사람들은 배려의 침묵과 방치의 침묵을 민감하게 구별해낸다는 사실이었고, 몰랐던 두 가지는 눈앞에 만취한 하워드가 바로 그 섬세한 사람들의 범주에 든다는 점이었다.
“그레이엄 에이커!!!”
끊기기 직전까지 들이킨 알콜과 실연과 무시당한 자의 비분강개가 일으킨 화학반응은 실로 놀라워서 육중한 테이블이 종잇장 뒤집히듯 뒤집히고 평소 그토록 단정할 수 없었던 포마드와 안경의 신사 하워드 메이슨 대신 원한과 저주의 화신이 강림해 있었으니,
“...............진정하게나.”
예기치 못한 돌발사태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대신 신사답게 행동하는 평상시 스탠스를 고수하기로 결정, 단정한 자세 그대로 주점 의자에 앉은 그를 향해 가차없는 삿대질이 날아들었다.
“너도 당해보면 알겠지! 사랑의 절망이 어디 멀리 있는 줄 아는가?! 에에잇!! 지나가는 백작가 사냥터지기네 큰 아들한테나 반해버려라!!”
평소 목청의 다섯 배를 상회하는 저주 폭탄을 터뜨린 후, 하워드는 그대로 침몰해버렸고 주점엔 잠시 정적이 돌았다.
그레이엄 에이커는 우선 손에 들고 있던 덕에 무사히 보전한 맥주잔을 입가에 가져가 금방이라도 타들어 가려는 입술을 축이고 조용히 심호흡 하였다. 이성상실한 주정뱅이의, 지나치게 상세한 대상지정에 여러 의미로 타격을 입은 그가 애써 신사다움을 유지하려 포커페이스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그 노력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웃음소리가 뒤통수 저쪽에서 들려왔다. 아, 듣기 좋은 웃음소리였다. 너무나 듣기 좋은 나머지 뒷목이 다 뻐근하다.
“말씀 좀 묻겠소, 미스터......”
옆자리에서 기묘한 표정을 -아마도 웃음을 참는- 짓고 있는 시골신사에게 말을 걸자 대번에 오클레인이라 이름을 가르쳐주었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오클레인, 이 지방에 여행차 방문한지 얼마 안 되어서 말입니다. 혹시 제 뒤에 백작가 사냥터지기의 큰 아들이라도 지나가고 있었습니까?”
더는 참지 못한 나이 지긋한 신사의 털털한 웃음소리가 곧 즉답이었다. 화를 내도 진지하게 되받아도 웃음이나 더해줄 상황에서 그레이엄 에이커는 점잖게 뒤돌았다. <빨간 공단 이브닝 드레스와 하얀 양가죽 롱 슬리브 장갑이 잘 어울린다면 반해 줄 수도 있네> 라고 담담히 말할 생각이었으나, 목젖을 울리며 호쾌하게 웃는 청년을 똑바로 본 순간 머릿속에서 크리스마스 팡파레가 울려 퍼졌다.
1897년, 친우의 외가가 있는 아일랜드 골웨이에 휴가차 방문한 그레이엄 에이커와 던랜드 백작가 사냥터지기의 장남 닐 디란디를 징한 인연의 골짜기 가운데로 밀어넣은 운명의 장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